세계 마라톤 추세는 남녀를 불문하고 케냐와 에티오피아가 우승을 다투는 형국이다. 제3국에서 우승자가 나오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선 에티오피아도 케냐 앞에서 한 수 접어야 한다.
케냐가 2007년부터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까지 남자 마라톤을 석권한 반면 에티오피아는 2001년 캐나다 에드먼턴 대회에서 게자헤그네 아베라(35)의 우승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가 17일(한국시간) 출발하는 제14회 모스크바 세계 육상선수권 남자 마라톤에서 10여년 만에 '타도 케냐를 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티오피아의 '호언장담'이 허언(虛言)만은 아니라며 어느 대회보다 무게가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올 시즌 1~4위 기록이 모두 에티오피아 선수의 발 아래에서 나왔다.
그 중심에 체가예 케베데(26)가 있다. 케베데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가장 레이스 경험이 풍부하다. 케베데는 2010년과 올 시즌 런던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따라서 케베데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메이저 첫 우승을 노린다. 지난 1월 두바이 마라톤에서 시즌 세계 최고기록인 2시간4분45초로 우승한 렐리사 데시사(23)는 젊은 피가 강점이다. 데시사는 지난 4월 제117회 보스턴 마라톤에서도 챔피언에 올랐다. 4월초 열린 로테르담 마라톤 챔피언 티라훈 레가사(23)와 두바이 마라톤 3위 타데사 툴라(23), 지난해 런던올림픽 4위 페이사 릴레사(23)도 라인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 오사카 대회의 루크 키벳(30), 2009년 베를린과 2011년 대구 대회를 2연패한 아벨 키루이(31)에 이어 4연패를 노리는 케냐는 버나드 코에치(22)가 선두 주자다. 코에치는 두바이 마라톤에서 2시간4분53초로 4위를 차지했다. 그의 형 버셀 비건 코에치(25)는 1,500m 주자였지만 리스본 하프마라톤에서 59분54로 1위를 차지한 숨은 강자다. 1983년 세계 크로스컨트리선수권 동메달리스트 무게 섬의 아들 피터 섬(23)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는 4월 파리마라톤에서 2시간5분38초를 기록했다. 이밖에 2013년 도쿄마라톤 2,3위 마이클 킵예고(20)와 버나드 킵예고(27)도 케냐의 5인방에 합류했다. 키루이는 부상으로 불참했다.
이들을 따돌리고 누군가 금메달을 훔친다면 런던올림픽 챔피언 스티븐 키프로티치(24ㆍ우간다)가 유력하다.
한국은 김영진(30ㆍ삼성전자), 성지훈(22), 오진욱(21ㆍ이상 한체대)이 2시간10분이내 진입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