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내 전부이다. 그런데 내가 어찌 그들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겠는가?'
인생의 가장 소중한 부분인 남편과 아이들, 부모님을 잃었다. 일단은 현실을 부정해 본다. 비감에 압도돼 이어지는 행동은 담뱃불로 살갗을 지지고 버터칼로 자신의 몸을 마구 찔러 보는 것. '하루라도 빨리 내 손으로 목숨을 끊어야 해.'
2004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리랑카 지진해일의 피해자인 저자는 가족을 잃은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저자는 슬픔과 고통, 절망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굴절을 겪으며 7년여의 시간을 꿋꿋하게 견딘 후에야 비로소 냉정을 되찾는다. 감정적 동요를 강요하는 대신 담담하게 경험을 털어놓음으로써 당연하게 여겨 온 값진 삶의 가치들을 곱씹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김소연 옮김. 나무의철학ㆍ280쪽ㆍ1만 3,000원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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