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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8월 17일] 시골 어르신들의 언어와 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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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8월 17일] 시골 어르신들의 언어와 해학

입력
2013.08.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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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충청도 지방 어르신들의 생활사투리를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채록해서 재미있는 산문집을 펴낸 저자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산문집 속에 들어 있는, 살아 있는 언어로부터 받은 감동의 폭은 소설가 이문구 선생과 시인 이정록의 책에서 받은 그것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그날 저자 분으로부터 들은 재미 있는 이야기 한 토막. 그 분의 산문집이 여실히 보여주는 것처럼 시골 노인들의 이야기에 위트와 해학, 유머가 들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선생님의 경험칙에 의한 해석이다. 선생님의 말씀을 복기하면 대강 이렇다. "시골의 하루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나요. 단조롭죠. 아홉 시만 되면 불이 다 꺼져요. 그리고 집집마다 텔레비전 불빛만 알전구처럼 빛나는 거예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아무도 텔레비전 봤다는 얘기를 안 해요. 도시 사람들은 드라마 얘기도 하고 그러는데, 여기서는 밤에 텔레비전을 본 건 확실한데 그런 얘기는 숫제 안하고, 눈뜨고 만나 하는 첫 마디가 고추 얘기, 가지 얘기 이런 거예요. 맨날 그런 소리만 하는 거예요. 똑같은 얘길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니까 본인들도 얼마나 지겹겠어요. 그래서 거기에 자연스레 유머가 들어가는 거예요. 똑같은 얘길 좀 재밌게 해보려고." 시골 어르신들의 말씀에 들어 있는 해학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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