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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대판 노예" 대리기사들 한밤 눈물의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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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대판 노예" 대리기사들 한밤 눈물의 간담회

입력
2013.08.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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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2시. 취객들로 붐비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이색 간담회가 열렸다. 참여연대와 민주당 을(乙)지로위원회가 마련한 '대리운전기사님과의 길거리 정책간담회'. 굳이 한밤중에 행사를 연 것은 생업 현장에서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다. 그래서 장소도 대리운전기사들의 중간 집결지인 서초구 강남 교보빌딩 사거리 인근을 택했다.

"우리는 현대판 노예입니다." 대리운전기사 30여명은 휴일로 이어지는 대목 시간에도 불구하고 운전대를 놓고 간담회를 찾아 한 시간 넘게 뜨거운 울분을 쏟아냈다.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전국 20만 대리운전기사들이 업체로부터 깨알같이 꼼꼼하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고 말하자, 기사들은 이중 삼중으로 부담하는 보험금, 과도한 업체 수수료와 벌금 등 갖가지 불공정 사례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리운전 경력 6년의 정의석(40)씨는 "업체들이 단체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개인보험에 드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며 보험 문제부터 빨리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씨는 "단체보험 3개에 가입해 한 달에 20만원이나 보험료를 내지만 보험수가가 기사에게 불리하게 책정돼 사고가 나도 제대로 보험처리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대리운전 10년째인 김영도(63)씨도 "중간에 보험금 일부를 횡령하는 업체들도 있다"며 "1인 당 보험을 하나만 들도록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손님들의 '콜'을 확실히 잡기 위해 여러 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르는 '프로그램 쪼개기'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권종근(44)씨는 "등급별로 시간차를 둬 여러 개의 프로그램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지금 시스템은 당근 하나를 세 조각으로 나눈 뒤 각각 하나 가격을 받고 파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와 관련기관이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기사들이 그곳과 계약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을 거절하면 무조건 벌금을 부과하는 일명 '똥콜'과 보증금 10만~30만원을 일괄 징수한 후 되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대리기사들은 현재 대리운전 관련 법안에 기사들의 권익 보호 조항을 넣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법안을 만들기에 앞서 오늘 같은 의견 수렴 자리를 더 마련하고, 공정거래위원회나 프로그램 업체 면담 등을 통해 불공정한 사항을 하나씩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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