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매입자금의 원천이 전씨 비자금이라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의혹만 무성했던 자금의 원천이 확실히 규명될 경우 이번 수사의 궁극적 목표인 미납 추징금 환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검찰이 전씨의 둘째 아들 재용(49)씨가 경기 오산시 땅을 전씨 처남인 이창석(62)씨로부터 구입할 때 동원한 자금에 전씨 비자금이 유입된 사실을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검찰은 전씨 조카인 이재홍(57)씨의 부동산 매매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전씨 비자금이 유입된 흔적을 찾아냈다. 이재홍씨는 1991년 서울의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 유엔빌리지 일대 부지 578㎡를 강모씨 등과 사들인 후 2011년 해당 부지를 50억여원에 매각했다. 검찰은 이씨가 이 땅을 살 때 전씨 비자금이 동원됐을 뿐 아니라 매각 대금 일부가 전씨 일가 쪽으로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전씨 일가의 차명 부동산을 관리해 온 혐의(범죄수익은닉)로 이씨를 체포했으나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씨를 풀어줬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로서 얻을 수 있는 건 얻었다"고 밝혀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 12일 이창석씨 소환을 기점으로 집행체제에서 수사체제로 전환한 검찰은 다음날 이재홍씨를 체포하고 14일에는 이창석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전씨 일가에 대한 범죄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확인할 것이 많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통해 전씨 일가의 비자금 세탁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도 재차 확인됐다. 차명관리인을 동원하는 것은 기본이고 부동산과 주권, 미술품 등의 구입을 통해 당국이 자금원천을 추적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초기의 우려를 불식하고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전씨 일가가 미납 추징금 일부를 자진 납부할 것이란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전씨 일가가 자진납부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기 전까지는 일정대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창석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9일 열린다. 이씨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아버님 유지도 있어서 재국, 효선, 재용, 재만이를 도와줬다"고 인정했다. 이씨가 구속될 경우 검찰은 전씨 비자금을 종자돈 삼아 재산을 증식한 의혹을 받고 있는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를 차례로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재용씨에 대해 2006년 오산 땅 매입자금의 출처 조사와 땅 매매 과정에서의 탈세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국씨는 출판사인 시공사 설립자금과 미술품 구입 경위, 조세회피처에 '블루아도니스'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의혹 등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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