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하지만 차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대일 메시지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과 책임을 우선적으로 강조했지만 앞서 3ㆍ1절 기념사에 비하면 톤이 다소 누그러졌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과거사 직시', '일본 정치인의 리더십', '책임있는 조치' 등 당선인 시절부터 일본을 상대로 누차 밝혔던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했다. 이와 함께 일본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혼(魂)'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부각시켰다. 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 3ㆍ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 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격앙된 표현으로 직격탄을 날렸던 것과 차이가 난다.
이처럼 미묘하게 논조가 바뀐 것에서 오히려 더 강한 경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과거사, 독도 영유권, 위안부 문제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 최근 일본이 도발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지만 이에 말려들지 않고 우리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는 일본을 향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를 분명 개선해나가야 하지만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당분간 양국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힘든 현실적 한계를 감안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발해 4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방일 일정을 취소한 이후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좀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양국관계는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처럼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이 9월 러시아에서 열리지만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날지도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남아있는 악재의 향방이 양국관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논의가 활발해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주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 10월 야스쿠니 추계 예대제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석할지 여부에 따라 한일관계는 다시 요동칠 수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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