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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결국 높이 싸움… 용병선수 귀화 생각해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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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결국 높이 싸움… 용병선수 귀화 생각해 볼 때"

입력
2013.08.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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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매직'이 한국 남자 농구를 살렸다. 농구인들은 하나같이 유재학(50ㆍ모비스) 감독을 향해 "진심으로 고맙다"고 박수를 건넸다. 유 감독이 세계 무대와 멀어진 한국 농구를 다시 16년 만에 궤도권에 올려놓았다. 이번 대회 MVP는 선수가 아닌 유 감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만가지 수를 가진 '만수'다운 지도력을 발휘했다.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만난 유 감독은 "지금 상황과 인기가 안 좋고, 세계대회 출전권까지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걸려 있어 선수들도 그렇고 의지가 남달랐다"며 "훈련 때부터 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니까 좋은 결과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 스스로 수비에 재미 느꼈을 것

한국 농구는 이번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촘촘한 수비 조직력으로 큰 재미를 봤다. 대표팀이 총 8경기 가운데 60점 이상을 내준 경기는 패한 이란전(76점)과 필리핀전(86점) 뿐이었다. 유 감독은 "지도자를 하면서 느낀 부분인데 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지만 선수들은 그런 생각이 그 동안 없었다"며 "수비를 더 열심히 하고 수비로 여러 가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 스스로 수비에 재미를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1-3-1 지역방어를 앞세워 성과를 냈다. 외곽보다 가운데를 봉쇄하는데 초점을 둔 수비 방법이다. 아시아선수권에 앞서 열린 대만 존스컵 대회에서 높이 열세를 보인 대만, 중국에 패한 뒤 2주 동안 가다듬었다. 유 감독은 "지역방어라는 것이 외곽을 막든지, 가운데를 지키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넘어야 할 상대를 중국, 이란으로 보고 가운데에 김종규(207㎝), 김주성(205㎝), 이종현(206㎝)을 세웠다. 주성이의 위치는 공의 방향을 읽어야 하고 눈치가 빨라야 하는 '3'의 중앙이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이 준비한 수비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역시 경기 내내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막판 체력 한계에 부딪혀 아쉽게 졌다.

높이 해결? 용병 귀화 고려할 시기

농구는 높이 싸움이다. 아무리 압박과 도움 수비를 해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유 감독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 유 감독은 "2주간 높이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수비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고, 어느 정도 완성됐다 생각했는데 체력 문제가 나오니 속수무책이었다. 그래서 이란전에 졌다"고 아쉬워했다.

이를 해결할 카드로 유 감독은 '용병 귀화'를 꼽았다.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나타났듯 대부분 팀들은 미국 출신 선수를 귀화시켜 전력에 포함했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상 귀화 선수는 1명만 등록이 가능하다. 현재 이승준이 잘하고는 있지만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내려면 더 나은 기량을 갖춘 선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선수를 귀화하는 건 국내 정서상 안 맞는 현실이다. 축구 대표팀 역시 전북에서 뛰던 에닝요 귀화 얘기가 나왔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순혈주의는 반대다. 용병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경기에서 지면 무슨 소용 있나. 아직 안 해봤으니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이 우선이니 한번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또한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높이를 볼 때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21㎝)이 없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하승진은 골밑에 서있는 자체만으로도 상대에 큰 위협이 된다. 그러나 유 감독은 하승진의 대표팀 발탁에 대해 "의문 부호가 붙는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느 선수든지 참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번에 두 달을 준비했는데 이 과정을 다 소화 못하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훈련이 몸에 배어야 가는 거다. 이제까지 하승진이 국제 대회에서 한번도 제 몫을 한 적이 없다. 이름만 갖고 안 된다. 훈련 과정을 못 거치면 키만 큰 거지 몸 상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직 가야 할 길 멀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고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12명 중 김민구, 김종규(이상 경희대), 이종현, 문성곤(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 대학생 5명을 엔트리에 넣는 과감한 발탁으로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유 감독은 "대학생 5명 선발은 정말 좋았다"면서 "신선한 맛도 있고, 신구 조화가 잘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칭찬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였지만 유 감독은 곧바로 냉정한 잣대를 댔다. "아직 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다. 개인적으로 숙제를 내준 선수들도 있다. 센터는 왜 볼을 못 다루고 스위치를 하면 외곽을 못 쫓아가는지 아쉬운 부분이다. 두 발 이상 움직이면 잡을 수 있는데 안 움직인다. 가드는 몸 싸움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나중에 한국 농구를 끌고 가야 할 친구들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유 감독은 또 확실한 대표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대한농구협회나 한국농구연맹으로부터 상대 팀 전력 분석 정보를 전혀 지원받지 못했다. 유 감독은 "양 쪽에 많은 강조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시스템적으로 대표팀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 지원 팀이나 전담 팀 규모가 커져서 시스템화 돼야 힘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유 감독은 그 동안 말 못할 고충을 홀가분하게 털어놨다. "압박감이 정말 심했는데 누구한테 얘기할 수 없었다. 혼자 끙끙 앓느라 혼났다. 경험이 많은데 이번 대회처럼 압박감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고 책임감, 무게감이 다르다. 잠을 자더라도 선잠을 잤다. 중국전 첫 테이프를 잘 끊어 천만다행이었다. 벌써부터 내년 아시안게임까지 지휘봉을 나한테 맡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아직 그런 부분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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