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종합병원은 지난달 세무조사를 받은 뒤 국세청으로부터 추징금 8억원을 부과 받았다. 법인에 들어간 투자금 일부를 개인 명의로 대출 받은 사실이 적발된 탓이었다. 경기 수원시의 중소병원도 최근 '서류상 탈루'를 이유로 추징금 10억원이 부과됐다. 병원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사이 주로 중소형 병원들이 집중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연 매출 1% 내외의 추징금 부과 통보를 받고 있다"며 "조만간 대형병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이 자주 접속하는 인터넷카페에는 '변호사 사무실 개업 시 세금 관련 주의사항' 같은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로펌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정부의 고강도 세무조사가 빈번해지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득세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의 불똥이 의사 변호사 사채업자 등 고소득 자영업자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수정하면서 발생한 세수 부족분을 직장인들이 아닌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부과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선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15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당국은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 확대를 위해 소득 탈루에 대한 정밀 세무조사와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대상 확대, 기준경비율 방식의 과세소득 산출의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기재부는 우선 개인사업자 과표 양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존 34개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업종에 지난달 귀금속 결혼관련업 이삿짐센터 등을 추가한 데 이어 소득탈루율이 높은 업종을 분석해 대상업종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기준도 현행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춘다.
자영업자에 대한 과표대상 소득의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개인사업자의 경우 업종별로 매출액이 일정금액 이상이면 세무장부를 기록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수입금액에서 증빙서류로 확인되는 경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비용을 매출의 일정비율(기준경비율)을 곱해 과세대상 소득을 추정한다. 이때 기준경비율 방식으로 산출한 과세소득이 단순경비율 방식의 소득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나오면 3배까지만 과표대상 소득으로 봤으나 앞으로는 이 상한선을 없애 사업자가 소득을 숨기는 등의 탈루 행태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개인)에게 자금출처 소명의무 부여, 미소명 금액에 과태료 부과(10%), 개인 해외투자자료 미제출시 과태료(1,000만원) 부과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학원 예식장 성형외과 변호사 사채업자 등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일제 세무조사도 준비하고 있다. 국세청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고소득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를 적발해 1조3,651억원을 부과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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