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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숙 교수의 문학 속 간호이야기] 욕망의 끝은 불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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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숙 교수의 문학 속 간호이야기] 욕망의 끝은 불면의 밤

입력
2013.08.1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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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놔줘 난 졸려 가만히 누워 천천히 두 눈을 감으면 될 거야 이젠 내겐 잠이 필요해 내 두 눈을 붉게 떨리고 끝없는 하루 무거운 시간들 쏟아져 내려 나를 비틀고 있어 하지만 난 너무 두려워." 패닉의 노래 '불면증'의 가사 일부이다. 밤이 무섭다, 잠이 안 온다,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온종일 졸리다, 몸이 찌뿌드드하다. 불면증의 증상을 노래로 절규한다. 불면증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면장애 증세다. 스트레스와 걱정, 긴장, 과로, 기호식품 남용, 질병 등의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심리적인 경우일 것이다.

김승옥의 소설 에도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등장한다. 옛날에 손금이 나쁘다고 판단 받은 소년이었고, 그는 자기의 손톱으로 손바닥에 좋은 손금을 파가며 열심히 일했다. 드디어 그는 성공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괜찮은 입지에 올라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타락한 현실에 적응하는 삶이었기 때문이다.

열정과 신념에 따라 살지 못한 그는 자기를 확인하기 위해 고향 무진에 간다. 젊고 부유한 과부와 결혼을 했고 장인이 경영하는 제약회사에 아내가 손을 써 전무가 될 것이지만 세속적인 삶의 방식에 망설이고 번민한다. 그는 젊은 날의 영혼이 몸부림치던 추억의 공간에서 순수했던 장면들을 생각하며 자기를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고향은 안개의 불투명함처럼 그의 내면의식을 갈등과 혼동의 상태로 이끈다. 안개는 공기와 물이 혼합된 상태로 윤곽이 모호한 모습이다. 안개라는 배경은 단순한 자연현상으로서가 아니라 그의 의식의 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안개가 명물인 무진은 질서로부터 책임을 회피하고 무장 해제 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속물의식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며 자기성찰을 갖는 곳이다. 결국 돈이 지배하는 물신의 세계와 타협하는 주인공의 결단은 꿈의 허망함을 의미한다.

그는 무진으로 가는 버스에서 개인적 망상을 서술한다. "햇빛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산업화 사회에서 '출세한 촌놈'이 갖는 심리 상태를 예리하게 형상화했다. 이상의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경제적 지표만 표상으로 사는 모습이다. 불면의 정체는 일상의 속물성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그 일상이 제공하는 안락에 굴복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욕망의 뜨거움은 열대야로 인체의 온도 조절기관이 흥분해 각성 상태가 되는 것과 같이 잠들지 못하게 만든다. 잠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중요한 휴식이자 재충전의 시간이다. 체온 조절이나 면역체계 강화 등 생명 유지 기능도 수행한다. 한계를 넘는 욕망의 추구에서 나타나는 불면의 병리는 분명 치유의 대상이다. 보지 않으면 욕망이 줄어든다. 눈을 감자!

황효숙 가천대 외래교수, 간호사ㆍ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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