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모두 무서워하고 있어요. 기도해 주세요, 엄마. 조금 있으면 승강장에 도착해요. (그런데) 거기에 탱크가 있네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신문인 걸프뉴스의 하비바 아흐메드 압드 엘라지즈(26ㆍ여) 기자가 14일 이집트 시위대 강제진압 현장에서 총에 맞아 사망하기 직전 어머니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다. 이집트 출신인 그는 휴가를 맞아 카이로를 방문하던 중 시위대 캠프에서 부상자들을 돕다 참변을 당했다. 어머니는 "제발, 얘야, 걱정돼서 토할 것 같구나, 어떤지 알려주렴"이라고 문자를 보내고 수없이 통화를 시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집트 군부가 불도저, 장갑차 등을 동원해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캠프 3곳을 진압한 현장은 참혹하기만 했다. 한 시위자는 "공공연한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벽돌을 베개 삼고 자동차 덮개를 침대 삼아 부상자를 치료하던 임시 병동에는 1분마다 한 명씩 부상자가 실려왔다. 부상자를 옮긴 18세 대학생 무아즈 아시라프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옷에 묻은 얼룩을 보여주며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한 사람의 뇌 일부가 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군부는 "처음에는 최루탄만 사용했으며 시위대가 먼저 발포했다"고 주장하지만 목격자들은 시위대가 돌멩이를 던지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총격이 시작되자 일부 시위대가 즉석 폭탄을 제조하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평화롭게 시위에 참가하고 있었고 여성과 아이들도 많았다.
시위대를 이끈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무함마드 엘벨타기의 17세 딸 아스마도 가슴과 등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아스마의 오빠 아마르는 트위터를 통해 "여동생이 순교했다"고 애도했다. 한 달여간 시위 캠프에서 생활한 30대 기계공 사이드 고님은 "군부 차량 두 대 사이에 갇혔는데 한대가 내 몸을 밀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엉덩이 뼈가 부러졌다.
현장에서 기자 3명도 숨졌다. 엘라지즈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명은 취재 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CNN 출신으로 영국의 스카이뉴스에서 15년 동안 일한 베테랑 카메라기자 믹 딘(61)은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스카이뉴스의 외교담당 편집자 팀 마샬은 "사자처럼 용맹하고 마음 따뜻한 친구였다"며 슬퍼했다. 이집트 국영신문 알아크바르의 아흐메드 압델 가와드 기자도 시위 진압을 취재하다 숨졌다.
로이터 통신 사진기자 아스마 아구이는 발에 총을 맞았고 알자지라 방송의 카메라 기자 무함마드 알자키는 팔에 총을 맞았다. 지난해 전세계 분쟁지역에서 사망한 기자는 121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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