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간의 외교 경색이 풀리기는커녕 강화될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 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던 3ㆍ1절 경축사보다는 다소 표현을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인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냉각된 양국관계 회복의 관건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음을 뚜렷이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국 전몰자추도식에서 "역사에 겸허하고 배워야 할 교훈은 깊이 가슴에 새기겠다"는 일반론에 머물렀을 뿐 역대 일본 총리가 언급한 반성과 사죄, 부전(不戰)의 맹세는 모두 빠뜨렸다. 국내에 눈길을 고정하고 한국과 중국의 최소 기대조차 돌아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로 해석되고도 남는다. 한편으로 아베 총리는 야쓰쿠니 신사 참배는 않고 대신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로 쓰는 비쭈기나무의 대금을 내는 데 그쳤지만, 일부 각료들의 개인자격 참배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국회의원 90여명이 집단 참배를 강행한 것도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일본의 이런 자세에 비추어 한일 양국의 화해와 관계개선은 한결 요원해졌다. 더욱이 최근 한결 발걸음이 빨라진 일본 정치의 우익보수화 경향은 일본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의욕을 보일 가능성 또한 흐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취해야 할 대일 자세는 오히려 단순하고 분명하다. 앞서 개성공단 문제의 해결에서 보듯, 확고한 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되 대화 통로는 열어두는 것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다. 조바심을 낼 이유도 없다. 개성공단 문제를 경제적 우위에 근거한 자신감으로 풀었다면 대일 관계에서는 도덕적 우위에 근거한 자신감에 기댈 만하다. 과도한 반발 행동을 자제하는 등의 세심한 노력으로 엉뚱한 빌미만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 원칙과 담담한 자신감으로 길게 일본의 변화를 압박할 일이다. 민관(民官) 양면으로 중국과 공조체제를 다듬어 가는 것 또한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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