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전국추몰자추도식에서 '아시아 각국에 대한 가해와 반성'은 물론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 맹세'를 하지 않아 외교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東京) 시내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정부 주최 전국추몰자추도식에서 "역사에 겸허하고 배워야 할 교훈은 가슴에 새기겠다"고 하면서도 "아시아 국가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발언과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의 맹세를 견지한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994년 처음 언급한 이후 역대 총리는 추도식에서 '가해와 반성' 및 '부전 맹세'도 빠뜨린 적이 없다. 아베 총리 역시 2007년 추도식에서 이들 발언을 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가해와 반성'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4월 "침략 전쟁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침략 역사를 부인해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대신 다마구시(玉串ㆍ신사에 바치는 공물의 일종) 대금을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특별보좌관을 통해 봉납했다. 공물료는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명의로 돼있으며 비용은 개인적으로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기우다 보좌관은 "'오늘 참배하지 못한 것을 사죄해달라'는 아베 총리의 전언이 있었다"고 밝혀 아베 총리가 10월 추계대제 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장관,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 담당장관, 이나다 도모미(稻田明美) 행정개혁 담당장관은 이날 아침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이로써 미리 참배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장관 등을 포함해 모두 5명의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4월 춘계대제 때 168명이 집단 참배한 다함께야스쿠니를참배하는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90명도 이날 오전 야스쿠니를 찾았다.
한편 이종걸, 이상민, 문병호 등 한국의 민주당 의원 3명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경찰이 신변 안전을 이유로 출입을 봉쇄해 발길을 돌렸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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