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한모(31)씨는 최근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 공공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여의도로 향했다. 여의도에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아내와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공공자전거 시스템 탓에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아내 회사 앞 거치대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콜센터에 확인 전화를 했으나 "여의도와 상암동에서 빌린 자전거만 반납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직원은 수동으로 자전거를 꺼내 한씨에게 돌려줬다. 결국 이들은 저녁도 먹지 못한 채 한씨는 자전거를, 아내는 지하철을 타고 각자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서울시는 2010년 11월 '친환경 교통수단'을 표방하며 프랑스 무인 자전거 대여 제도인 '벨리브(Velib)'를 본 따 공공자전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행 3년이 다 되어 가도록 여전히 '반쪽 짜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공자전거의 기본 개념은 동일한 시스템 아래 어디서든 자유롭게 자전거를 빌려 이용한 뒤 목적지에 반납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빌린 곳과 다른 지역에 반납하는 '교차 반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공공자전거는 5,600여대다. 이 중 시가 직접 관리하는 자전거는 여의도와 상암동 지역 44개 대여소의 440대뿐이다. 나머지 5,200여대는 서초구(9개소 258대), 성동구(7개소 466대), 송파구(4개소 400대) 등 17개 자치구와 한강시민공원, 여의도공원 등 대형 공원 3곳에서 각각 관리한다. 문제는 운영 주체마다 보유한 자전거의 크기가 다르고 운영 방식도 유인, 무인 등 제각각이어서 교차 반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후 통합을 위한 준비도 전무한 실정이다.
요금도 지역마다 다르다. 여의도와 마포구 상암동, 서초구는 최초 1시간은 무료로 이용한 뒤 추가 1시간당 1,000원을 받는데, 한강시민공원은 1인용 자전거는 시간당 3,000원, 2인용 자전거는 6,000원을 받는다.
서울시는 공공자전거 도입 당시 '2020년까지 교통수단 분담률 10%'를 목표로 잡았지만 이대로라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파리, 런던, 뉴욕 등 외국 대도시에서는 환경오염과 교통체증 대응 차원에서 시 전역에 동일한 규격과 시스템의 자전거와 대여소를 두고 관리하면서 교통분담률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박병현 팀장은 "공공자전거 확대 통합을 검토 중이지만 예산 문제로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공공자전거에 배정된 시 예산은 몇 년째 한 해 10억원으로 8억원이 배정된 서초구보다 약간 높아 현재 보유한 자전거의 유지 비용을 겨우 댈 수 있는 정도다. 자전거 규격 및 대여소 시설 통합에 대해서도 박 팀장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각자 예산으로 운영하는 자치구에 세부 사항을 간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인택환 의원은 "예산 확보가 어렵다면 외국처럼 기업과 연계해 광고를 싣고 비용을 지원받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자치구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하루 빨리 규격이라도 통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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