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8ㆍ15 광복절을 맞아 '건국'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일제 강점으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의 의미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건국 기념일의 뜻을 되짚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강력한 대일(對日) 메시지를 밝히는 한편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 내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북한에 제안하는 등 남북관계 현안도 골고루 짚었다. 국정운영 방향과 철학을 담은 '제2의 취임사'를 연설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대북 메시지 중 실질적으로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산가족 상봉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추석을 전후로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아 제안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색이 옅은 인도적 문제인데다 북한이 이미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먼저 요구한바 있어 박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경우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인지 우리 정부는 곧바로 후속 조치에 들어가 이르면 16일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이산가족상봉 준비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안하는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합의한다면 전례에 따라 남북 당국은 양측의 참여희망 명단교환, 남북 각각의 생사확인 작업, 최종 대상자 및 가족 확정ㆍ통보 등의 절차를 거쳐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2박3일 정도의 상봉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적십자사 김성근 국제남북국장은 "남북간 교차 생존자확인 등 실무준비에 두 달 이상 걸리지만 2010년에는 한 달 만에 준비해 신속히 행사를 치른 경험이 있다"며 "촉박하긴 하지만 추석 전후에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를 금강산 관광재개 등 다른 현안과 연계한다면 다소 복잡해진다. 북한은 지난 6월 갑작스럽게 남북당국간 회담을 제의할 때도 금강산관광과 이산가족을 묶어서 내밀었고 우리측은 금강산 문제는 배제하고 이산가족 의제만 받은 적이 있다. 2008년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 경비병에 피살된 박왕자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 등 선결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분단 후 처음으로 이뤄진 후 2000년부터 18차례의 대면상봉과 7차례의 화상상봉을 통해 남북에서 4,321가족, 2만1,734명이 만났다. 2000년부터 매년 이뤄지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2008년 중단됐고, 2009년과 2010년 한차례씩 이뤄진 후 현재까지 3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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