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법을 고쳐 영훈국제중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가 입장을 번복해 비난을 사고 있다. 교육부는 그제 국제중 등 특성화중과 특목고, 자사고를 교육감이 직권으로 상시 지정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법이 겨냥했던 영훈국제중은 소급적용 위헌 논란으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한 달 동안의 진행과정을 보면 교육부의 무소신에 혀를 차게 된다.
영훈국제중이 부유층 자녀 입학을 위해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지난달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자 지정취소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현행 법에는 '교육감은 5년마다 특성화중 운영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문제가 드러났다고 곧바로 취소할 수는 없도록 돼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근거로 "현행법상 지정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교육부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설립목적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국제중은 언제든지 배제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하자 교육부는 당일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특정 대상을 겨냥한 소급입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법제처의 해석에 제동이 걸렸다. 처음부터 되지도 않을 일을 갖고 여론을 호도하다 망신을 샀다.
교육부가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한 게 처음이 아니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 문제도 교육부는 당초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한국사 교육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수험생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 증가를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한국사를 수능평가 기준에 넣어 성적에 반영해야 한다"고 하자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졸속으로 한국사 수능필수과목 지정안을 당정협의에 내놓았다 오히려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관료들에게 법과 원칙은 안중에 없고 대통령 지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비아냥을 듣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래서야 백년대계는커녕 1년짜리 계획인들 제대로 세울 수 있을까 싶다.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진 교육부장관이라면 소신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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