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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입력
2013.08.1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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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 공략을 목표로 만들어진 '설국열차'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진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초창기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할리우드 영화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는 대작의 모양새를 취했다면, '설국열차'는 좀더 공격적으로 세계화를 지향한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초로는 '쉬리'(1998)가 꼽힌다. 삼성영상사업단이 투자 배급에 나선 '쉬리'는 여러 모로 블록버스터의 외양을 갖췄다. 대규모 전국 동시 개봉을 단행하며 마케팅비로만 6억원을 쏟아 부었다. 당시로는 영화 세 편을 만들 수 있는 금전 공세였다. 금 모으기와 국산품 애용 등 IMF 경제 위기로 전국에 휘몰아치던 애국심 열풍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쉬리'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태극기 휘날리며'(2003), '실미도'(2003) 등 대작 영화 제작 바람을 불러왔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는 충무로 1,000만 영화 시대를 열며 2000년대 한국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1,300만 관객이 찾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은 국내 영화 시장 최대 대목을 명절에서 여름 휴가철로 바꾸어 놓은 블록버스터다.

'쉬리'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애국심 마케팅을 발판으로 내수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면 심형래 감독의 '디-워'는 출발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국내 극장가에서 843만명이 찾은 이 영화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을 배경으로 제이슨 베어와 아만다 브룩스 등 할리우드 배우들을 카메라 앞에 세웠다. 국내 영화로는 최대인 미국 극장 2,000곳에서 개봉해 1,097만 달러(약 122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관객들의 만족도는 낮게 나왔다.

'설국열차'는 '디-워'보다 훨씬 정교해진 방식으로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스트 어벤저'(2011)와 '어벤저스'(2012)의 주요 역할을 맡았던 크리스 에번스가 주연으로 등장하고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제이미 벨 등 중량감 있는 서구 배우들이 얼굴을 비춘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즐겨 찾는 체코의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촬영 일정의 대부분을 보냈다. 제작사(모호픽처스)와 투자사(CJ엔터테인먼트)의 크레딧을 가리고 보면 영락없는 할리우드 영화의 외형을 갖췄다.

북미 시장 배급을 맡은 웨인스타인 컴퍼니의 면면도 '설국열차'의 국제적 위상을 대변한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 등 중저가 예술영화로 할리우드의 제작 관행과 흥행 규칙을 바꾸어 놓은 하비 웨인스타인, 밥 웨인스타인 형제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2011년과 201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받은 '킹스 스피치'와 '아티스트'를 북미 시장에 소개해 상업적 성공을 일궜다.

프랑스 독일 등 167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은 '설국열차'는 해외에서 200억원의 수익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 '설국열차'의 국내 흥행 성적이 미국 개봉관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설국열차'의 미국 시장 흥행 결과가 한국 영화의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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