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미만의 소액 수시입출 예금에도 연 0.1% 수준의 이자가 지급된다. 시중은행이 소액예금에 이자를 전혀 주지 않던 영업 관행이 12년 만에 전격 폐지된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지난 1일과 8일부터 50만원 미만 수시입출 예금에 연 0.1%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16일부터 잔액 50만원에 대해 같은 이자를 지급한다. 농협은행은 20만원 미만에 대해 오는 19일부터, 국민은행은 23일부터 30만원 미만의 예금에 연 0.1%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18일부터 50만원 미만 예금에 지급할 예정이다.
소액 예금 이자 지급은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에도 모두 적용된다.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가계당좌예금 기업자유예금 국고 예금이 해당된다. 관련 계좌만 1억5,000여만개에 달한다.
지난 2001년 3월 당시 한빛은행이 잔액 50만원 미만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뒤부터 '소액 예금 무이자'는 은행권 전반의 관행이 됐다. 하지만 지속적 비판 여론과 새 정부 들어 소비자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금융감독원이 지도에 나서자 은행권이 백기를 들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소액 예금자가 영세 상인일 수도 있어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관행 개선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기업자유예금 중 예금일로부터 7일이 지나지 않은 예금에 대해서도 연 0.1%의 이자가 지급된다. 금융소비자원은 기업자유예금에 대한 '7일간 무이자' 규정이 2002년 말 폐지됐음에도 은행들이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고, 그 규모가 지난 10년간 1,589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 수익성 악화로 냉가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소액 예금에도 이자를 물어야 하는 은행들은 울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를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은행들이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는 그런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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