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계기로 박근혜정부의 핵심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남북간 신뢰 구축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6자 회담 재개 등 동북아 정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위원은 "개성공단 문제를 푼 것은 남북간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약속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좋은 계기"라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가 '작은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신뢰로 나아간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시키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남북이 합의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한발씩 양보해 협상을 타결 지었다는 점에서 원윈(win-win)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개성공단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남북 공동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도 남북대화 채널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양무진 교수는 "개성공단 공동위를 통해 형성된 남북 대화의 틀이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지원 문제 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 대화 채널을 확대해 경제 협력을 우선 가동하면 남북간 신뢰 구축에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남북 관계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남북이 신뢰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 당장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핵심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측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연계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재발 방지 등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유화 국면을 관리하기 위해서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추상적으로 정리하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한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결국 한반도 비핵화 실현으로 나아가는 구상이어서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승열 연구위원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은 결국 비핵화"라며 "북한을 비핵화 합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동북아 평화협력 구조라는 큰 차원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나 북미대화 등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합의하게 된 배경에도 북미 관계, 북중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현 교수는 "북측 입장에서는 북미고위급 회담 등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풀지 않고 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번 합의가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는데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남북 대화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무진 교수는 "남북 대화가 실무회담 차원에 머물면 6자 회담 재개시 우리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실무회담의 신뢰를 쌓아서 장관급 회담을 정례화하게 되면 우리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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