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곡 안 틀어 결혼식 망친 예식장 부부에 100만원 줘라"

결혼행진곡을 틀지 않아 남의 결혼식을 망친 예식장은 부부에게 얼마를 물어줘야 할까. 법원의 판단은 위자료 100만원이었다.

지난 2011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한정식집에서 결혼식을 올린 A(36)씨 부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신부가 입장할 때 나와야 할 결혼행진곡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신부는 쥐 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에서 '버진 로드'를 걸어야 했다. 녹음된 반주음악을 트는 오디오가 고장 나 생긴 일이었다. 썰렁한 분위기에서 결혼식을 마친 부부는 지난해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행진곡 없이 신부가 입장해 부부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한정식집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 이은혜 판사는 "신랑, 신부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청구한 6,000만원 중 100만원에 대해서만 한정식집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통상 피고의 한정식집에서 결혼식을 진행할 때는 현악3중주단이 현장에서 직접 결혼행진곡을 연주했는데, 원고들이 비용 문제로 현악3중주단을 쓰지 않겠다고 하자 피고가 녹음된 반주음악을 무상으로 틀어주기로 한 점, 결혼식 총 비용이 392만원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