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노은동에 사는 황모(48)씨는 지난달 친구들과 신탄진에서 술을 먹고 대리기사를 불러 아파트까지 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차를 지하주차장에 주차해달라고 하자 50대 대리기사가 지하 주차장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추가요금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비가 붙었다. 대리기사가 아파트 입구에 정차하자 그는 직접 차를 몰아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얼마안돼 112순찰차가 와서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대리기사가 주차를 하기위해 잠깐 차를 운전했던 그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한 것이다. 황씨는 면허취소에다 벌금으로 수백만원을 물었다.
요즘 술자리를 갖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대리기사를 찾는다. 경찰의 음주단속에 따른 불이익도 걱정이지만'음주 후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널리 퍼져있기때문이다.
하지만 대리기사와 차주들이 요금문제 등으로 시비가 일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대리기사가 시비끝에 갑자기 도로 중앙에 차를 세워놓고 운전석을 이탈한 후 사고를 걱정한 차주가 차를 도로 옆으로 이동주차시키는 것을 음주운전으로 신고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대리기사가 차주의 음주운전을 신고한 것이 지난달까지 7건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12명이 대리기사의 신고로 음주운전에 단속됐다.
대전경찰은 이에 따라 대리운전업체들을 상대로 대리기사의 음주운전 신고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시키고 있다. 대리기사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다하지 못할 경우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유기죄, 교통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비를 벌이다 만취상태를 악용하여 운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신고한 경우에는 무고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전경찰청 추영호 교통계장은 "대리기사가 운전자와 시비가 붙었을 경우 직접 해결하지 말고 경찰에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차주들도 차량이 노상에 방치될 경우 운전을 하기보다 비상등을 켜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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