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짠물로 밥을 지어 묵고 산다고 글먼 믿겄소? 지발(제발) 물 좀 주시오."
최근 전남 신안지역 일부 섬 주민들이 유례없는 폭염에 이어 가뭄이 겹치면서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여름 가뭄이 길어지면서 저수지와 지하수 관정까지 바짝 마르면서 몸을 씻을 물은 물론 먹을 물도 모자라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생수를 사가지고 섬에 들어오라"고 호소할 정도다.
지난 14일 오후 전남 신안군 신의면 기도 선착장. 신안군이 공급하는 비상급수용 생수를 받으러 나온 김병선(67)씨는 "밥 지어 먹을 물도 없어서, 여름 휴가를 맞아 고향에 내려오겠다던 자식들과 손주 녀석들을 못 내려오게 말렸다"며 "윗쪽(중부지방)에선 물난리가 났다드만 이쪽은 뭔 일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씨의 말처럼 신안군 평사도와 기사도, 기도, 하의도, 우이도 등 일부 섬 주민들은 지난달부터 마른 장마와 계속된 가뭄에 극심한 식수난을 겪고 있다. 상수원이 없는 이들 섬엔 이미 지하수가 마르면서 관정에선 짠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빗물이라도 받아보겠다며 집 옥상에 대형 물통들을 늘어 놓고 있지만 그저 마른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실제 올해 장마기간(6월 18~8월 5일ㆍ48일)은 지난해(6월 18~7월 19일ㆍ31일)보다 길었지만 이들 섬의 강수량은 212~320㎜로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우이도에 사는 문부성(48)씨는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 관정에서 지하수 대신 짠물(바닷물)이 나온다"며 "그나마도 물이 부족해 짠물에다 식수를 섞어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이도 지역은 저수지 저수율이 20%를 밑돌고 있어 앞으로 열흘 이상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상황에 처해 있다.
우이도 3구 이장 김민호(58)씨는 "주민들이 먹을 물이 없어 뭍에다 주문해서 받아 먹은 지가 오래됐다"며 "여름 휴가철이면 외지 관광객이 수 천명씩 방문하는데 이들에게도 섬에 들어오기 전에 자신들이 반드시 먹을 물은 사가지고 오라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신안군이 이들 섬 지역에 비상 급수에 나섰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군은 14일 신의면과 도초면 등 3개면 5개 도서(53세대 108명)에 1.8리터짜리 생수 2,500병을 긴급 지원했지만 식수난을 해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상태다. 군은 이에 따라 다음주까지 비가 내리지 않고 폭염이 계속될 경우 25일부터 수자원공사와 관할 소방서의 협조를 받아 본격적인 식수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비상 급수 지역에 대해서는 급수선과 행정선, 소방차 등을 총 동원해 섬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해소해 나가겠다"며 "안정적인 생활용수 및 식수 공급을 위해 도서지역 식수원개발사업을 소규모 낙도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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