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격려편지 김금자 교위"어린시절 때 역경 떠올라 어머니 같은 마음자세로 교감 통한 교화에 큰 보람"한글 교육 지원 김낙현 교위"교재 구입 등 다방면 도움… 출소 후에 자수성가해 교도소에 도움줄 때 뿌듯"
"중형을 선고 받은 뒤 삶을 체념한 듯한 모습의 장기수들에게 작은 마음의 위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장기수에게 17년간 격려편지를 보내 온 서울남부구치소 교도관 김금자(52) 교위가 15일 법무부의 첫 '인권교도관'에 선정됐다. 김 교위는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수용자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김 교위는 1996년 서울 영등포구치소(현 남부구치소)에서 여성 장기수 A씨를 처음 만났다. A씨는 추운 겨울 야간 근무를 서던 김 교위의 눈에 홑겹의 관복에 몸을 의지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수의 위에 저마다 반입해온 사복을 겹겹이 껴입은 수감자들과는 다른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김 교위가 A씨에게 말을 붙인 것이 인연이 됐다.
공범의 해외도피, 궁핍한 형편 등 딱한 사연을 알게 된 김 교위는 97년 A씨가 청주여자교도소로 이송된 뒤 격려의 말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서신 왕래는 2008년까지 이어졌다. A씨가 올해 5월 출소할 때까지 김 교위가 보낸 편지만 116통. 김 교위는 설 추석 성탄절마다 3만~5만원의 영치금으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 사연은 A씨와 한 방을 쓰던 출소자 B씨의 제보로 법무부에 알려졌다. B씨는 법무부 홈페이지 '장관과의 대화'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김금자 교도관이 17년 전 A씨를 대한 후 지금까지 남몰래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한 사람을 살려냈다"며 "저도 남부구치소에 1년을 머물렀지만 김 교위는 가족들도 나 몰라라 하는 수용자들을 항상 어머니 같은 미소로 대해줬다"고 적었다. A씨 외에도 김 교위의 격려 편지와 영치금을 받은 수용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김 교위는 "저 역시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부모님 농사를 도우며 동생 학비를 벌었던 시절을 겪었고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해 교도관이 됐다"며 "고통 받는 수용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교화를 도울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김 교위 외에도 글을 모르는 수용자의 한글 교육을 지원한 여주교도소 교도관 김낙현(44) 교위를 인권교도관으로 선정했다. 그는 "교재를 사다 주고, 틈틈이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격려했던 수용자가 출소 후 자수성가해 교도소 교정교화위원으로 돌아온 모습을 보고 오히려 감사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두 교도관을 특별격려하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법무행정을 통한 인권보호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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