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은 서 말도 넘었다. 하지만 꿰지를 못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남미의 강호인 페루와의 A매치에서도 골 맛을 보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4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친선경기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도 0-0, 무승부에 그쳤다. 1971년 페루와 한 번 격돌해 0-4로 대패했던 한국은 42년 만의 만남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지난달 동아시안컵에서 2무1패로 승리가 없었던 홍 감독은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은 이후 마수걸이 승리를 노렸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홍 감독은 페루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서 2000년 이후 사령탑 가운데 가장 긴 시간 첫 승을 올리지 못한 감독으로 남았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
한국은 김동섭(성남)을 최전방에 내세웠고 이근호(상주)와 윤일록(서울), 조찬호(포항)에게 2선 공격을 맡겼다. 중원은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가, 포백 수비는 김민우(사간 도스), 홍정호(제주),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 이용(울산)이 선발로 나섰다. 골키퍼는 선발이 예상됐던 정성룡(수원 삼성)을 대신해 김승규(울산)가 출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인 한국은 22위인 페루에 고전할 것으로 보였다. 페루는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 파올로 게레로(코린치안스) 등 최정예 멤버를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한국은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나자마자 페루를 몰아붙였다.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개인기가 뛰어난 페루는 한국의 압박에 밀려 원활한 패스가 이뤄지지 못했다.
전반은 일방적이었다. 한국은 전반에 슈팅을 10개나 날렸지만 페루는 1개에 그쳤다. 그것도 전반 43분 요시마르 요툰(바스쿠다가마)의 왼발 중거리 슛이 전부였다.
한국은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드러난 골 결정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다. 공격진에 새롭게 가세한 이근호와 조찬호, 임상협(부산) 등이 가동됐지만 상대의 골 문을 열지 못했다. 공격수들의 위치 선정은 돋보였다. 그러나 상대 문전에서 여유가 없었다.
전반 1분 조찬호의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여러 차례 결정적인 골 찬스를 잡았다. 전반 8분에는 김민우의 왼쪽 크로스를 이근호가 넘어지면서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상대 골키퍼인 라울 페르난데스(댈러스)의 선방에 막혔다. 이근호는 전반 13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골키퍼 키를 넘기는 재치 있는 슛을 날렸지만 페루 수비수가 간신히 머리로 걷어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13분 조찬호가, 후반 16분 이근호가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았지만 아쉽게도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전에 한국영(쇼난), 임상협,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등을 투입하며 첫 승을 노렸지만 후반 39분과 추가 시간에 피사로를 놓치면서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수원=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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