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양측은 어제 열린 제7차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가동중단 사태 재발방지 약속의 주체를 '남과 북'으로 병기함으로써 타협점을 찾았다. 우리가 공단 폐쇄의 책임이 북측에 있음을 명확히 하려던 입장에서 한 발 양보한 대신, 북측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등 합의 이행 기구 설치와 운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바탕을 둔 대북 원칙협상 입장을 북측이 수용한 것으로, 새로운 남북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합의의 핵심은 '남과 북은 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관련 협의를 위한 기구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빠른 시일 안에 구성키로 했다. 정상화 시점은 구체화 하지 않았으나 '설비정비와 재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고 했다. 후속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포괄적 수준이지만 정상화의 첫 단추를 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협상의 무난한 성과는 정부의 원칙협상에 대한 국민의 지지에 힘 입은 바 크다. 애초에 북한이 개성공단 일방 폐쇄라는 무리수를 쓴 건 벼랑 끝 전략을 통해 '갑'의 위치를 선점하면, 남측이 '을'이 되어 끌려 다녔던 왜곡된 관행과 역학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원칙을 고수했고, 국민은 대북정책에 대한 높은 지지로 뒷받침 했다. 이런 분위기가 북한으로 하여금 지난 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먼저 타협적 입장을 내도록 작용했다.
8ㆍ15 광복절을 앞두고 나온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의 의미는 크다. 공단 정상화가 순항하면 남북은 앞으로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틀을 가동하며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은 장기적으론 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일일 것이고,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도 정권 연착륙의 토대가 될 것이다. 관건은 합의의 실천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조속히 공단이 가동되고 남북관계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도록 양측 당국의 진지한 노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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