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군이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좌농성장에 병력을 투입, 강제 해산 작전을 벌여 최소 43명이 사망했다.
이집트 군부가 지휘하는 과도정부의 보안군 병력은 14일 오전 7시 장갑차와 불도저 등을 앞세워 수도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과 기자지역 카이로대 앞 나흐다 광장 등 농성장 두 곳에 진입,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AP통신은 "시위대가 농성장 주변에 모래주머니와 돌로 쌓은 벽과 텐트를 불도저가 무너뜨렸다"며 "농성장은 연기로 뒤덮여 있고 여성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현장에서 총격 소리가 들렸으며 유혈 사태에 대비한 구급차도 배치됐다.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은 지난달 3일 무르시가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후 한달여째 무르시의 복귀를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하고 있었다.
현지 언론은 이 과정에서 최소 4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무르시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250여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5,000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농성장 주변 건물 옥상에서 저격수들이 쏜 총탄에 시위대가 맞았다"고 주장했으며 AFP통신 등 외신은 "사망자 다수가 총격에 의해 숨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집트 내무부는 "실탄은 발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뒤 "진압 경찰관 2명이 사망했고 시위대 200명을 가스통과 불법 무기, 실탄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했다"며 사상자 발생의 책임을 시위대에 돌렸다.
내무부는 "나흐다 광장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군 병력은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시위대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농성장을 떠나는 이들에게는 안전한 퇴로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나흐다 광장보다 더 많은 시위대가 있던 라바 광장에는 여전히 시위대 수백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 있는 시위대는 최루탄에 대항해 방독면을 착용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작전은 시위대 해산 시도가 아닌 군부 쿠데타에 대한 모든 반대 목소리를 탄압하려는 피로 얼룩진 시도"라고 맹비난하며 이집트인들에게 "군이 대량 학살을 멈추도록 모두 거리로 나오라"고 촉구해 추가 유혈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집트 당국은 애초 12일 새벽 강제 해산 작전을 계획했다가 대규모 유혈 사태를 우려해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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