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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8월 15일] 김좌진함(艦)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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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8월 15일] 김좌진함(艦) 진수

입력
2013.08.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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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옥포 조선소에서 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최신예 잠수함 '김좌진함' 진수식에 참석했다. 단 위로 연결된 진수줄을 손도끼로 내리쳐 끊고, 이어 빨랫줄 형태의 이음줄을 가위로 잘랐다. 진수줄은 배가 육지를 연결한 마지막 연(緣)이다. 아기가 세상으로 나올 때 끊어야 하는 탯줄과 닮았다. 이제 육지에서의 탄생 과정을 마무리하고 바다에서의 삶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음줄은 축배다. 선수(船首) 위쪽에 매달려 있던 병이 떨어져 선체에 부딪치는 순간 샴페인이 하늘로 퍼져 올랐다.

▲ 68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김좌진함'의 진수식이 열린 의미가 각별하다. 김좌진(1989~1930) 장군은 청산리 전투(1920년)의 주인공. 2008년 6월 진수된 '안중근함'에 이어 신형 잠수함에 줄줄이 항일독립운동가의 이름이 붙었다. 2018년까지 추가로 건조해 배치할 동급(1,800톤) 잠수함 5척의 이름은 윤봉길 홍범도 이승만 서재필 김구. 이후 배치될 3,000톤 급 잠수함에도 안창호 유관순 이봉창 등 항일 의사와 열사의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 일본은 태평양 전쟁 패전을 일주일 앞둔 6일 항공모함 급 헬기 호위함 22DDH '이즈모'를 공개했다. 이미 보유한 같은 종류의 16DDH와 18DDH는 '독도함'보다 작지만 이번 22DDH는 오히려 그 2배 정도의 크기다. 그 이름 '이즈모(出雲)'는 중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활약했던 순양함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데 '이즈모'는 일본이 행정구역상 독도 관할을 맡겨 놓은 시마네현의 옛 명칭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독도함'에 대응하자는 속내를 드러낸 것일까?

▲ 2005년 '독도함'을 진수했을 때 일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진정 이해할 수 없었던 쪽은 우리였다. 1955년 미국과의 선박대여협정에 따라 처음 인수했던 군함 LSM-603의 이름이 '독도함'이었다. 북한 간첩선을 포획하는 등 많은 전과를 올리고 1963년 퇴역했다. 21세기에 접어들자 일본은 본격적으로 독도 문제를 끄집어 내 트집을 잡더니 이제 '이즈모함'을 부활시켰다. '김좌진함'을 진수하면서 아픈 과거사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정병진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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