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여부를 저울질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배를 하지 않는 대신 공물료를 내기로 했다. 일본의 우익 행보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감안한 것이지만 사실상 대리참배라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NHK 등에 다르면 아베 총리는 대리인을 통해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명의로 다마구시(玉串ㆍ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공물의 일종)를 야스쿠니 신사에 바치기로 했다. 다마구시를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은 사비로 부담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대신 13일 제국주의 침략 이론가로 조선식민지 정책 이론을 제공한 쇼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을 기리는 쇼인 신사를 참배했다.
NHK는 "중국 및 한국과의 관계를 배려하면서 전몰자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으나 교도통신은 "(대리참배 형식을 취했다고 해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포기한 것은 한중 양국을 배려한 것이라기보다 미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晉輔)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한국의 차관보)에게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아베 내각의 대응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스기야마 심의관은 아베 총리가 참배 여부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각료 개인의 참배에도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셔먼 차관은 앞서 5월 야스쿠니 춘계 제사 당시 아베 총리가 제단 제구인 마사카키 공물을 봉납한 것과 관련,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사무차관(당시 외무심의관)을 불러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에 대해 질문했다고 산케이는 소개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싼 일본과 한국ㆍ중국의 갈등을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셔먼 차관을 통해 일본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또 아베 총리가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27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키로 했다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아베 총리가 10월 야스쿠니 가을대제 참배를 염두에 두고 국제 정세와 국익을 감안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 중"이라고 말해 연내 참배의 여지를 남겼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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