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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찌꺼기 남은 표준국어사전 파헤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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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찌꺼기 남은 표준국어사전 파헤쳤죠"

입력
2013.08.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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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사전에 일본말 찌꺼기가 그 유래도 모른 채 버젓이 게재된 사실을 아시나요?"

최근 을 펴낸 이윤옥(54)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은 인터뷰를 시작하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광복 68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일본말 찌꺼기"라며 "그 원인이 올바른 표준국어사전을 만들어야 할 국립국어원 탓이라면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표준국어사전이 일본어사전을 베낀 흔적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례, 국위선양, 동장군 등 사전뿐 아니라 교과서, 소설 등 온갖 책 속에서 봐왔던 익숙한 단어들의 사전적 뜻이 일본어사전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국민의례는 일본 기독교단에서 제국주의에 충성하고자 만든 의식입니다. '궁성요배, 기미가요 제창, 신사참배'의 뜻을 가졌죠. 신기하게도 우리사전에 역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는 뜻으로 게재됐죠."

이씨는 우리가 흔히 쓰는 추운 겨울을 뜻하는 동장군도 일본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1812

러시아를 침공해 패한 프랑스를 두고 영국기자가 '제너럴 프로스트(general frost)'라고 표현한 걸 일본이 '후유쇼군(冬將軍)'이라고 썼고, 그 표현을 우리 사전이 '동장군'으로 그대로 가져다 실었다는 것. 그는 "국민의례나 동장군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게 아니다. 사전 속에서 그 단어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를 제대로 유래를 표기해 알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전 이라는 책을 내면서 국어사전 속에 숨은 일본말을 끄집어 낸 적이 있다. 은 그 작업의 연장선에서 아예 표준국어사전과 일본어사전을 펼쳐 놓고 하나하나 파헤친 작업의 결과다.

이 소장은 일본어를 전공해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일본어 교수로 재직하면서 등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그는 "표준국어사전을 신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흔히 쓰는 잉꼬부부도 '잉꼬'는 앵무새의 일본어지만, 사전 속에서 버젓이 금실이 좋은 부부로 표현되어 '앵무새 부부'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국어사전이 '양돈'을 단어의 출처나 유래도 밝히지 않은 채 '돼지치기로 순화'로 표기해둔 점도 시비 삼았다. "조선시대에 말을 사육하는 게 중요한 사업이어서 '양마'라는 표현이 있어요. 근데 '양돈'을 일본말로 여겨 국어사전에서 순화하라고 하죠. 대체 원칙도 기준도 없는 사전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이 소장은 표준국어사전을 제작하는 국립국어원에 쓴소리를 보탰다. "그 많은 식물명도 일본어 식으로 표현된 게 우리 국어사전의 실태입니다. 이제 사전 편찬을 할 때 남성위주의 국어학자들만으론 안돼요. 여성과 학생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우리 식의 표현과 풀이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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