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내년 브라질 월드컵에 맞춰져 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고 있다. 당장 승리에 대한 조급함이 아닌 내년 2014 브라질월드컵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 감독은 눈 앞의 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카드를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다. 2013 동아시안컵에서 2무1패로 부진했지만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성적에 대한 조급함을 경계했다. 이는 마치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잇따른 0-5 대패에 '오대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던 히딩크 감독은 "목표는 오직 월드컵뿐이다"고 강조,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였다. 결국 사상 첫 4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미 향후 1년의 모든 구상을 마친 상태다. 페루전을 맞아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차출할 수 있었지만 무리하지 않았다. 일본 대표팀의 자케로니 감독이 14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유럽파를 모두 불러들인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무엇보다 홍 감독이 중시하고 있는 것은 선수들과의 신뢰와 호흡이다. 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기성용(스완지시티)의 'SNS 파문'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선수의 기량은 내가 생각하는 여러 선발 기준에서 단지 하나라는 것"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하며 수습에 나섰다. '원 팀, 원 골, 원 스피릿'을 슬로건으로 내건 홍 감독은 대표팀 위상을 바로잡고 내부 결속을 위해 선수들에게 정장 착용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홍명보 감독은 13일 페루전을 하루 앞두고 유럽 방문 계획이 언론에 알려지자 "유럽에 있는 선수들이 중요한 선수인 것은 맞지만 페루와의 경기를 간절하게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팬들의 신뢰와 결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선수들과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시안컵과 페루전을 통해 K리거와 J리거 등을 집중적으로 실험했던 홍 감독은 16일 유럽으로 떠난다. 직접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월드컵을 대비해 구상하고 있는 계획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음달에는 기성용, 이청용 등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를 방문한다.
홍명보 감독은 "내 눈은 브라질 월드컵에 가 있다. 감독 데뷔 첫 승이 브라질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도 "내년 5월 최종선발까지 선수들간 경쟁을 시킬 것이다. 선수들도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빠르진 않지만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선수와 지도자로서 성공 가도를 밟아가고 있는 홍 감독의 뚝심 있는 행보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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