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룽지(朱鎔基)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주 전 총리의 저서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인터넷에 그를 그리워하는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개혁 성향 정치인인 주 전 총리에 대한 그리움이 개혁에 향한 강한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란 해석 때문이다.
12일 발간된 이 서점가에서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14일 현재 신간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같은 날 란 사진집을 냈으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인터넷에서도 주 전 총리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 '伊daner'는 포털 사이트 텅쉰(騰迅)에 '인민의 좋은 총리인 주룽지 총리, 우리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총리…'라는 글을 남겼다. 주 전 총리의 팬들은 장 전 주석의 신간을 소개하는 기사에까지 주를 칭송하는 글을 쓰면서 이른바 '댓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은 느닷없는 주룽지 열풍이 현 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듯 웨이보에서 '주룽지'와 '주룽지상하이발언실록'을 검색 금지어로 지정했다. 14일 웨이보에 '주룽지'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관계 법률과 법규에 따라 검색 결과를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글이 뜬다.
주 전 총리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로 재직하면서 기득권층의 강력한 저항을 이기고 국영기업 구조 조정을 단행,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원자바오(溫家寶)가 뒤를 이은 지난 10년 간 국영기업은 다시 독과점과 방만한 경영으로 돌아서 이윤을 독식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주 전 총리가 올해 가을 열리는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전체회의 시기에 맞춰 책을 출간한 것도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지도부에 강력한 개혁을 주문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있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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