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김형우가 하변 쪽에서 수를 내 백 넉 점을 깔끔하게 잡아서 어느 정도 집의 균형이 맞춰진 듯 했는데 잠시 후 백에게서 결정타가 터졌다. 류수항이 마치 지나가는 길에 가볍게 응수타진을 하려는 듯 우하귀를 슬그머니 △로 끊은 게 실은 상대를 단박에 무릎 꿇린 통렬한 마무리 펀치다.
김형우가 일단 1로 단수 쳤지만 2 때 다음 응수가 없다. 귀를 살리려면 1로 둬야 하지만 2, 3을 교환한 후 4로 들여다보면 다음에 A와 B가 맞보기여서 흑이 속수무책이다. 그렇다면 흑8, 백A로 둬서 귀를 포기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기껏 중앙에서 백 넉 점을 잡은 보람도 없이 다시 형세가 백쪽으로 기울게 된다.
김형우가 이 장면에서 한동안 착수를 하지 못하고 고심하다가 뾰족한 방도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중앙으로 손을 돌렸지만 류수항이 8로 확실하게 가일수를 함으로써 사실상 바둑이 끝났다. 132수 끝, 백 불계승.
류수항이 입단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명인전 본선 16강에 올랐다. 불과 며칠 전에는 올레배서도 본선 16강에 진출했으니 올해 승운이 따르는 것 같다. 현재 32승13패(승률 71%)로 다승 12위, 승률 11위를 달리고 있으며, 8월 랭킹이 35위로 전달보다 무려 13등이나 올랐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