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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어르신들 자립 도와야죠" 스펙 쌓기 접은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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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어르신들 자립 도와야죠" 스펙 쌓기 접은 대학생들

입력
2013.08.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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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피서지 바닷가에서 어패류 무단 채취가 잇따라 어민들이 '도둑'막기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 동해안 수협 등에 따르면 유례 없는 폭염으로 피서객들이 동해안으로 몰리면서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들이 스킨스쿠버를 가장해 마을공동어장에서 전복 소라 성게 등을 몰래 채취하는 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항해경에 따르면 올 들어 최근까지 경북 동해안에서 지역 어촌계가 관리하는 공동어장에서 불법 채취로 적발된 피서객들은 25건 40명으로 지난해 전체 6건 27명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9일 대구에 사는 강모씨(42) 등 17명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환리 마을 공동어장을 비롯한 칠포항 주변에서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전복과 소라 해삼 낙지 등을 잡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울진군 원남면 마을 공동어장에서는 피서객들이 미역을 채취하다 걸리는 일도 있었다.

피서객들의 어패류 불법채취가 기승을 부리면서 어민들도 '지키기'에 비상이다. 경고판 설치는 기본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순찰조를 편성해 24시간 감시에 나설 정도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신속한 현장출동을 위해 모트보트까지 구입했으며 마을 주민들이 월급을 주며 관리인을 채용한 경우도 있다.

박종철 포항해양경찰서장은 "바다에도 주인이 있기 때문에 고의나 부주의로 어패류를 채취하다 적발되면 절도죄로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백두자원' 고물상. "날도 푹푹 찌는데 뭐 하러 또 왔어? 시원하게 막걸리부터 한 잔 들이켜." 고려대생 김경렬(22ㆍ경영학과 2년)씨 일행이 들어서자 오전에 한 차례 폐지를 수거하고 한숨 돌리던 유보순(76) 할머니가 술 한 사발씩 건넸다. 유씨에겐 틈만 나면 찾아오는 이들이 이젠 손자 같다.

"올 1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새벽에 집으로 가던 중 한 어르신이 폐지를 잔뜩 쌓아 올린 낡은 리어카에 기대 피로를 달래는 걸 본 뒤 이분들에게 보탬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김씨는 뜻을 같이한 이 학교 비영리 대학생단체 인액터스(ENACTUS) '사람'팀 친구들과 폐지 수거하는 어르신들 돕기에 나섰다. 9명이 3명씩 조를 짜 거의 매일같이 고물상을 드나든 것이 벌써 6개월째다. 여느 학생들은 방학이면 단기어학연수나 인턴십 등을 통해 이른바 '스펙' 쌓기에 골몰하지만, 이들은 일찌감치 그런 욕심을 접었다.

이들은 어르신들의 안전부터 챙겼다. 각자 주머니를 털어 야광조끼 40여개를 제작하고, 손수레 7대를 노랗게 칠했다. 새벽 길에 어르신들이 어두운 색 옷을 입고 칙칙한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줍는 광경이 위태위태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도 야광조끼를 입은 유씨는 "쌩쌩 달리는 차들이 무서웠는데 조끼 덕분에 안심하고 다닌다"며 "다른 고물상 노인들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처럼 유니폼이 생기니 소속감도 생겼고 행인들이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학생들은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뭇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이달 초부터 서울 지하철 7, 8호선 객차에 내걸린 '폐지 줍는 노인이 아니라 우리 동네 할아버지입니다'란 글귀는 이들이 서울시가 주최한 희망광고전에 응모해 당선된 것이다.

박신웅(24ㆍ자율전공학부 경영학과 3년)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광고에 공감하는 '좋아요' 클릭 수가 1만회 가까이 되면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전동리어카 2대를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5월 경기 용인의 전동리어카 제조업체 대표를 찾아가 리어카 기증 약속을 받아냈다.

이들은 또 수시로 대형마트를 돌며 폐박스 공급계약을 맺느라 바쁘다. 어르신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서다. 조윤정(21ㆍ조형학부 3년)씨는 "폐박스로 전시장 부스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과 연이 닿았다"며 "어르신들에게 폐박스를 제공해 직접 부스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커피찌꺼기로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수익사업도 진행 중이다. 4년째 폐지를 모아온 이재복(59)씨는 "처음엔 젊은 학생들이 매일 고물상에 찾아와 당황했다"면서 "학생들의 선의가 참 고맙고 일할 맛 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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