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년째 취업을 준비하는 오모(29)씨는 고민 끝에 지난 7월 사설병영캠프에 다녀왔다. "작년부터 취업을 위해 원서를 100개 넘게 썼다"는 오씨는 4년제 대학 졸업, 해외 연수와 인턴사원 경력, 아르바이트 경험까지 있는데도 번번이 불합격했다. 올 하반기 취업을 위해 새로운 스펙을 더 갖춰야 하는 부담을 느끼던 중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선배가 병영캠프를 권유했다. 175cm의 키에 64kg의 다소 마른 체형의 그에게서 리더십이나 강한 정신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오씨는 "외모로 평가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당장 취업이 급해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군대식 극기체험이 주는 교육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고,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극기체험의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 된다"는 말처럼 군대식 극기체험이 정신력을 배양하고 협동심을 고취할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씨의 경우처럼 극기체험은 취업용 스펙이 된다. 하지만 오씨는 "정신력이 강해야 회사 생활을 잘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극기체험을 해 본 사람이 정신력이 강하다는 생각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들도 이런 이유로 극기체험을 선택하곤 한다. 대기업 4년차 박모(30ㆍ여)씨는 "회사 면접장에서 12일간 다녀온 국토대장정 경험을 이야기했었다"며 "입사 후 인사담당자로부터 국토대장정 경험이 면접관들에게 남성 못지않은 강한 정신력을 가진 여성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안으로 사설병영캠프를 다녀올 계획인 신모(26ㆍ여)씨는 "극기체험이 책임감과 인내심을 얼마나 키워줄지는 의문이지만 체험을 하면 남성들과 비슷한 위치에서 평가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신수양을 원하지만 딱히 교육프로그램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도 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주부 안모(41ㆍ여)씨는 "사춘기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매사에 주눅이 드는 것을 보고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찾았지만 마땅한 것이 없더라"며 "병영캠프 프로그램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대안이 없어 주변 엄마들을 따라 보냈다"고 말했다. 2년 전 국토대장정을 다녀온 김모(28)씨는 "평소 체력도 약하고 극기 체험 교육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터라 꺼려왔지만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다"며 "결국 무리하게 참가했다가 중간에 탈진하는 바람에 낙오자 이미지만 덧씌워졌다"고 말했다.
윤민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기 체험을 대체할 만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지자체와 학교 등 공공기관이 나서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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