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항공자위대가 현행법상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한 미군 폭격기 지원 훈련을 지난해 실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헌법해석 변경을 추진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 같은 훈련이 실시된 것은 일본의 무장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13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항공막료감부(참모부)가 발행하는 매체 '비행과 안전'은 지난해 7월호에 항공자위대 F15기 조종사가 미군 전략폭격기 B52기를 지원ㆍ보호하는 상황을 상정한 훈련에 참가한 체험기를 실었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주관으로 지난해 알래스카에서 진행된 레드플래그알래스카(RFA) 훈련에 참가한 이 조종사는 "자위대 F15기 편대가 과감하게 경로를 여는가 하면 끈질긴 전투를 지속하며 B52기를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항공자위대는 1996년부터 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으며 F15기는 2003년부터 훈련에 가세했다. 올해 훈련은 12일 시작해 23일까지 진행되는데 한국과 호주도 함께 참가하고 있다.
가베 마사아키(我部政明) 류큐대 교수는 "지난해 훈련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한 것으로 간주된다"며 "해상자위대가 미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훈련을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항공자위대가 이런 훈련을 한다는 사실은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방위에 전략폭격기는 필요하지 않다"며 "이는 전수방위(상대의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방위)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현행법에 위배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항속력과 탑재 무기의 양이 엄청난 B52기는 상대국 중심부를 융단 폭격하는 임무에 적합한 폭격기"라며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전략폭격기를 보유하지 않은 일본의 B52기 지원 훈련은 국회에서조차 논의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을 추진 중인 아베 총리의 자문기관인 '안전보장 법적 기반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이하 간담회)'에서조차 전략폭격기 엄호를 집단적 자위권 발동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 훈련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항공자위대 측은 "체험기에 소개된 훈련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13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해석과 관련해 "간담회에서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포함한 헌법 관련 내용을 정리, 검토하겠다"는 답변서를 각의 결정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용인에 긍정적인 고마쓰 이치로(小松一郎)를 법제국 장관에 기용한 것은 헌법해석을 변경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간담회는 내달 12일 회의를 시작으로 집단적 자위권의 광범위한 행사를 위해 헌법해석 변경을 위한 구체적 논의에 들어간다. 간담회는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 공해상 미국 함선 보호 등 제1차 아베 내각 시절 논의한 4가지 유형 이외에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책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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