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일부 각료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종교계와 언론 등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정교분리의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64개 종교 단체가 가입한 신일본종교단체연합회는 최근 아베 총리에게 보낸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 등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헌법은 국민이 각각 믿는 종교를 통해 전쟁 희생자를 위로하고 추모할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가 헌법이 정하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5월 국회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에서 쓰러진 영령의 넋을 위로하는 중심적인 시설"이라고 주장한데 대한 반박이다. 전일본불교회도 최근 "야스쿠니 신사는 국가 신도의 중요 거점"이라며 각료들의 참배 중단을 요구하는 문서를 총리실에 제출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3일자 사설에서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종교 단체가 국가로부터 특권을 받거나 국가와 그 기관이 종교 활동을 하거나 종교 단체에 공금을 지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가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원칙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은 "국가 요인들이 참배할 경우 야스쿠니를 정부가 특별 관리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특히 대대적인 집단 참배는 '정치 퍼포먼스'의 성격이 짙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또 "참배가 중국과 한국의 비판을 불러일으키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가 전후에 만든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템플대 일본 분교 아시아연구소의 제프리 킹스턴 소장은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아베 총리가 각료들의 야스쿠니 방문에 대한 모라토리움(활동 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방안이 네덜란드 주재 일본 대사와 미국 프린스턴대 초빙교수를 지낸 도고 가즈히코 교토산업대 교수가 처음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고 교수의 할아버지는 한국계 일본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인 도고 시게노리(한국명 박무덕)다.
킹스턴 소장은 "아베 총리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면 구속력이 그만큼 커지고 향후 일본의 어떤 총리도 그 결정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며 "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싼 논쟁을 끝내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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