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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인 '죄'로… 33도 찜통 사무실서 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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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인 '죄'로… 33도 찜통 사무실서 탈진

입력
2013.08.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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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3시30분 정부과천청사. 정부가 언급한 전력난 '마(魔)의 3일'(12~14일) 가운데 이틀째인 이날 청사 사무실은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공공기관 냉방기 가동 전면금지' 방침에 따라,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을 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 근무하는 공무원 오모씨는 "아이스팩을 옷 속에 넣고 있는데도 더워서 죽을 지경"이라며 "탈진 상태에서 어떻게 일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시간대 실내 기온은 무려 33도. 창문을 열어 놔도, 선풍기를 틀어 놔도 더운 바람만 불어 숨만 턱턱 막힐 뿐이었다. 오씨는 "임산부도, 혈압이 높은 사람들도 있는데 무작정 에어컨 가동을 금지시켰다가 자칫 불상사라도 생기면 어떡하냐"며 "나도 공무원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전력당국의 '이번만 참으라'는 식의 절전 대책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힘없이 말했다.

상황은 동네 주민센터도 다르지 않았다. 땀을 흘리기는 민원인이나 창구 공무원들이나 다르지 않았다. 민원인들의 불쾌지수 상승은 짜증으로 이어져, 공무원들은 더위와 민원인들의 항의 등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공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 소재 한 공기업 직원 김모(39)씨는 이날 4시30분쯤 사무실의 열기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회사 건물 1층에 입주한 은행으로 '피신'을 갔다. 김씨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 실내에서 제대로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더운 것 말고도 실내 소등 때문에 눈도 흐릿해져 업무 효율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공기업은 아예 일반 업무를 중단했다. 한국전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전국 6,000여명의 직원들을 전국 각 지역의 전력 다소비 고객을 찾아 절전을 호소하는 식으로 업무를 보게 했다. 한전 측은 "전력수요 160만㎾를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도 회사 인근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절전 홍보 부채를 나눠주는 식으로 업무를 대신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날 오전 집중근무제와 전 직원 오후 휴가를 실시했고, 14일에도 동일한 근무 시스템을 적용키로 했다.

한없는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 절전대책 덕분에 전날에 이어 이날도 우려했던 위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초 전력수급 경보 중 두 번째로 위험한 수준인 '경계'(예비력 100만~200만㎾)가 예보됐으나, 예비력은 400만㎾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전력경보 발령도 1단계인 '준비' 단계로 그쳤다.

전력당국은 14일에도 전력 비상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한울 원전 4호기(설비용량 100만㎾급)가 재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전력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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