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 서열화에서 수평적 다양화로'. 13일 교육부가 내놓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은 사실상 이 같은 고교체제 개편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 서열의 맨 꼭대기에 있는 특수목적고와 전국단위 모집 자율형 사립고(옛 자립형 사립고)는 존치시켜 의도한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 정책은 성적 기준 우선 선발권이라는 자사고의 최대 특혜를 없애 일반고와의 성적 격차를 줄인다는 의도다. 이렇게 되면 학부모들이 굳이 일반고 수업료의 3배 수준의 돈을 들여 자사고에 보낼 이유가 없어져 자사고가 자연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의 이런 정책 변화는 자율고(자사고∙자공고) 50곳ㆍ기숙형 공립고 150곳ㆍ마이스터고 50곳 신설이 골자인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실상 고교 서열화 정책이었음을 인정한 결과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는 성적 중심의 소위 '명문학교'가 아니라 학교가 지닌 건학이념상 교육과정을 특성화할 필요가 있는 사학을 지정한다는 게 본래 도입 취지지만, 성적 위주 선발로 목적이 흐려지고 서열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목고 체제는 여전히 견고해 고교 서열체제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외국어고나 국제고에서 이과반이나 의대준비반을 운영하는 등 지정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하는 사례가 적발되면 성과평가 기한(5년) 이전이라도 특목고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취소 권한은 시ㆍ도 교육청에 있어 교육부로서는 권고를 하는 수준에 그친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고교의 수준을 평준화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려 했다면 특목고 정책 역시 대폭 손질을 했어야 했다"며 "자사고의 성적 지원 자격 기준 폐지로 오히려 특목고의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연구위원은 "과학고는 과학영재 육성이라는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도구과목인 외국어에 영재교육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애초에 외고의 지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입시전문가들은 또한 특목고나, 하나고 현대청운고 민족사관고 상산고 등 전국 또는 광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가 오히려 입시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학교들은 기존의 선발방식이 그대로 유지돼 우수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중3 자녀를 둔 조연희(46)씨는 "전국 단위 자사고는 이번 정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성적 우수 학생들이 자사고 대신 이들 학교에 진학하려 하면서 사교육 수요가 늘어 정부가 내세우는 공교육 강화 기조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