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순위 싸움이 폭염 못지 않게 뜨겁다. 매 경기는 선수가 하지만 결과는 감독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마음은 그라운드에 있는데 몸은 덕아웃에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경기가 안 풀리면 애가 타고 입은 바짝 마른다. 치열한 순위 경쟁과 함께 감독의 고충은 배가 되고 있는 후반기다.
포커 페이스 힘드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요즘 감정 조절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거나 투수들이 와르르 무너질 때, 어이없는 실책이 나올 경우 중계 카메라에 쓴 웃음을 짓는 모습이 자주 잡히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창단 첫 '가을 야구'를 노리는 넥센은 최근 힘겨운 4강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올해 지휘봉을 처음 잡은 염 감독은 "감독 자리는 표정 변화가 없어야 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표정 관리가 잘 안 될 때도 있다"면서 "선수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아쉬워하는 마음에 나온 표정이 선수들에게는 '썩소(썩은 미소)'로 보일 수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동열 KIA 감독은 최근 야간 경기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속 타는 표정을 겉으로 드러내고 싶을 리 없다. 시즌 전 우승 후보로까지 꼽혔던 KIA는 하향세를 타며 4강권에서 밀려났다.
선수들 스트레스 NO, 미팅 자제
이만수 SK 감독은 선수단 미팅 횟수를 줄였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팀이 어색한 7위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나보다 선수들이 지금 더 예민하다"며 "가능한 선수들에게 말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라는 사실은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선수단에 할 말은 꼭 했다. 수비가 매끄럽지 못하거나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집중한다.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에도 김 감독은 "현재 있는 자원으로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 내 소임"이라고 했다.
'노장' 김응용 한화 감독은 선수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보다 코칭스태프에게 선수단 관리를 일임한 상태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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