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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보다 무서운 정전

입력
2013.08.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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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에 칼퇴근 하라"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임직원에게 내린 특명이다. 행원 시절부터 '일벌레'로 소문난 이 회장이 직원들에게 야근금지령을 내린 건 살인적인 무더위 탓이다. 행원들이 밤 늦도록 전력을 쓰다 은행의 0순위 재산인 전산망이 다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은행들이 그간 '도심 속 피서지'란 세간의 평을 비웃듯 적정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해 놓은 것도, 점심시간 및 퇴근 1시간 전에 냉방기 가동을 중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은행들도 전력수호 작전에 돌입했다. 외환은행은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의 상징인 환율전광판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또 블랙아웃(대정전) 대비 차원에서 '전력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24시간 비상대기 근무에 돌입했다.

하나은행은 정전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무인경비시스템 무력화에 대비, 비상 당직 근무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밖에 은행들은 미사용 전기온수기 전원 차단, 출입빈도가 낮은 복도 및 화장실 조명 소등, 냉방기 사용시 환풍기 가동 중지 등 생활 속 절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은행들은 전력이 끊기는 순간 금융시스템에 치명적인 혼란이 일어나리란 위기 의식 때문에 절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대부분 전력공급 중단 시 길어야 2시간, 짧으면 30분 정도 전원을 공급하는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에 의존하고 있다. 단전 기간이 길어지면 지급결제시스템이 중단될 수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 시중은행뿐 아니라 한은의 지급결제망에도 전력공급이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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