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이 우려되는 살얼음판 전력상황 속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전기 고장이 속출하고 있다. 당국의 부실 관리 탓도 있지만, 계속된 원자력발전소 가동중단으로 기존 발전소를 잠시도 쉴 틈 없이 돌리다 보니 피로가 누적된 게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다. 이 같은 발전소 혹사는 블랙 아웃을 현실화시킬 수도 있는 또 다른 잠재적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후 3일간 무려 3개의 발전기가 고장을 일으켜 가동 중단됐다. 공교롭게도 올 여름 최대 전력고비를 코 앞에 두고, 발전기가 멈춰선 것이다.
우선 한국동서발전이 운영하는 충남 당진화력발전소 3호기(설비용량 50만㎾급)가 11일 오후 10시34분 터빈 진동 이상을 일으켰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저압터빈 블레이드의 절손으로 인한 진동 상승으로 터빈이 정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 내에는 재가동이 어렵다"고 말했다.
충남 서천화력발전소 2호기(20만㎾급)도 12일 오전 7시8분 해수순환펌프(CWP) 고장으로 일시 정지됐다. 한 시간 후인 오전 8시4분 재가동되긴 했지만 이날 출력은 절반(10만㎾) 수준에 그쳤다. 서천화력 관계자는 "100% 출력은 13일 오전 9시 이전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기를 더 생산해도 아슬아슬한 시기에 반대로 60만㎾의 공급능력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앞서 일산 열병합발전소(10만㎾급)도 10일 오후 9시20분 발전기 계통고장으로 발전을 중단했다가 11일 오후 2시쯤 가동을 재개했다.
이 같은 발전기 고장의 속출은 '전기 쥐어 짜기'를 위해 계속 운전을 강행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올 여름의 경우 각종 고장과 시험성적서 위조 부품 사용 등으로 원전들이 무더기 가동 중단된 것이 기존 발전기 고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화력발전이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발전기도 좀 쉬어야 하는데 최대 출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다 보니 피로누적으로 아무래도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원전 23기 중 6기가 계획예방정비 또는 계속운전심사 등 이유로 멈춰 선 상태다.
정상 가동중인 원전들도 혹사당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월성 4호기의 이용률은 102.9%에 달했고, 월성 2호기(102.2%)와 고리 4호기(100.4%) 등도 100%를 넘겼다. 나머지 원전들도 이용률 99%에 달하는 등 무리한 가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 원전 전문가는 "비리와 관리부실로 인한 원전사태가 다른 원전 및 화력발전기에 무리를 주고 이로 인해 전력비상 시기에 고장이 속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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