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동통신사들의 '최대 전투'가 될 주파수 경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논란과 잡음도 함께 커지고 있다. 향후 주력 서비스가 될 LET-A의 승부가 이번 경매에 달린 만큼 업체들은 사활을 걸고 '주파수 대전'에 임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게임 룰'이 워낙 복잡해 특혜시비부터 불량 주파수 문제까지 제기되는 등 경매낙찰 후 상당한 후유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주파수 경매는 19일부터 이달 말까지 8,9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부는 금주 중 경매에 참여하는 통신업체들의 적격 심사를 끝내고, 구체적인 경매날짜와 장소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경매는 총 횟수가 50회, 1회당 입찰 시간이 1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당 경매시간을 고려할 때 하루 6회 정도 경매가 이뤄져 총 50회차를 소화하려면 29일께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복잡한 주파수 경매방식이다. 미래부는 이번에 총 4개의 주파수대역(A~D블록)을 경매에 붙이는데, 각각 조합을 달리하는 플랜1과 플랜2 등 2가지 방안을 동시에 진행해 가격이 높은 쪽에서 최종 낙찰자를 선택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복수의 방안을 내놓은 만큼 경우의 수가 많아 업체들로선 복잡한 수 싸움을 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KT의 기존 1.8㎓ 주파수와 인접해 있는 1.8㎓ 주파수(D블록) 때문이다. KT가 D블록을 가져가면 기존 1.8㎓에 붙여서 2차선 도로를 4차선 도로로 확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주파수대역이 넓어지는 만큼 데이터 전송속도가 기존 LTE보다 2배나 빨라진다. 따라서 경쟁업체들은 "D블록을 가져가면 KT는 별다른 투자 없이 앉아서 2조 원 이상 효과를 본다. 정부가 KT에게 특혜를 베푸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D블록의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D블록의 가치를 최저입찰가격 2,888억 원의 2배, 즉 5,700억~7,500억 원 사이로 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2011년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이 20㎒ 대역폭의 1.8㎓ 주파수를 9,950억 원에 낙찰 받았다. 이번에 나오는 D블록은 대역폭이 15㎒여서 최대 가치가 7,500억원 정도인데 만약 가격이 이 선을 넘어서면 KT로선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D블록을 KT가 가져가더라도 최대한 금전적 출혈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D블록 가치를 2조원대로 보고 최대한 끌어 올리려는 경쟁업체들과 7,500억 원을 넘기면 곤란한 KT 사이에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이번 경매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KT도 불만이다. 미래부의 복잡한 경매방식은 결국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는 'KT 죽이기'라며 반기를 들었고, KT노조원들이 미래부 앞에 몰려가 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KT의 반발에 미래부는 경매 회수를 50회로 제한하고, 회당 최저 입찰가격도 직전 최고 가격의 0.75%로 낮췄는데, 그러자 이번엔 경쟁업체들이 'KT 봐주기'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2011년 경매는 경매 회수에 제한이 없어서 83회까지 이어졌고, 회당 입찰 가격도 직전 최고 가격의 1%였다.
또 다른 논란 거리는 소위 '불량 주파수'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가 이번 경매에 내놓은 A블록 2.6㎓ 주파수는 현재 와이파이용으로 할당된 2.4㎓ 주파수와 가까이 붙어 있어 혼선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파수가 붙어 있으면 신호 간섭으로 통화 품질이 떨어지거나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주파수 품질은 기본적으로 통신업체들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누가 그런 주파수를 가져가겠느냐"고 말해, 이번 경매에서 A블록은 입찰자 없이 유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C블록으로 나온 또 다른 1.8㎓ 주파수도 KT의 기존 900㎒ 주파수와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 모든 문제가 정부의 주파수정책이 그때그때 상황논리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정해지는 데서 비롯된 것" 이라며 "차제에 투명하고 중장기적인 주파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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