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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개선해 주겠다더니… 내쫓긴 쪽방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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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개선해 주겠다더니… 내쫓긴 쪽방 주민

입력
2013.08.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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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서울시가 지난 6월 쪽방 환경 개선 공사를 한다며 기존 쪽방 주민 30여명을 아무런 이주 대책이나 보상 없이 쫓아낸 데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인권매뉴얼'까지 만들며 강제철거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서울시가 쪽방 주민은 철저히 무시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자동 쪽방 리모델링 피해주민 대책위원회 등은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가 쪽방촌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시작한 쪽방 개선 사업으로 인해 아무런 대책 없이 쪽방에서 쫓겨났다"며 시의 사과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6월 초 느닷없이 쪽방을 수리해야 하니 보름 안에 방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1평 남짓한 공간에서마저 가난한 사람들을 쉽게 내쫓는 시의 일방적 사업 진행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지난 6월부터 동자동의 건물 2곳을 대상으로 쪽방촌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에서 쪽방으로 쓰이는 건물을 빌리거나 매입한 뒤 주거환경을 개선해 다시 공급할 수 있도록 시가 개ㆍ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70% 수준인 월 16만~17만원 정도로 낮출 수 있도록 시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기존 주민 34명 중 수리가 끝난 후 단 6명만이 원래 살던 쪽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재 입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일부 쪽방촌 주민의 주거 환경은 더 나빠졌다. 이 곳에서 10년 이상 거주했다는 이모(72)씨는 "기존 쪽방은 월세가 18만원이었는데 새로 이사한 쪽방은 월세가 20만원에 보증금도 50만원이나 된다"며 "시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재 입주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서울시의 각 부서들이 쪽방 관련 사업을 두고 눈에 보이는 성과 경쟁에만 몰두하면서 정작 쪽방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저가 고시원 사업은 시 건축기획과에서 추진하다 실패했다"며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도 지난해 영등포는 임대주택과에서, 이번 용산구는 자활지원과에서 진행하는 등 행정 집행의 일관성이 부족한 탓에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동자동 쪽방촌 주변에 140여 곳의 빈 방이 있어 이주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별 다른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업은 임대료 인하가 핵심인데 임대료를 내린다는 계획이 알려질 경우 주변 쪽방 건물주의 반발이 예상돼 미리 상세히 설명하지 못한 사정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에는 돈의동, 창신동 등 286개 건물에 3,487개의 쪽방이 산재해 있으며 시는 이들 쪽방촌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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