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냄새 때문에 살 수가 없네요"
지난해 말 충남도청이 홍성군과 예산군 접경지에 조성한 내포신도시 이전으로 온 가족이 홍성으로 이사한 공무원 A(37)씨는 집 주위에서 풍기는 악취로 섭씨 30도를 넘는 찜통더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봄철 황사와 낮은 기온으로 인해 창문을 열지 않아 A씨는 악취를 느끼지 못했으나 기온이 올라가면서 정도가 심해져 요즘은 아예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달 2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악취가 지속되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 아내는 대전으로 되돌아가자며 A씨를 들볶고 있다.
악취의 원인은 내포신도시 일대 반경 5㎞ 안에 448가구에서 소, 돼지 등 25만1,000여 마리의 가축을 사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가 축사에 포위된 셈이다.
이에 따라 충남도와 도교육청 직원들은 악취로 인해 업무에 불편은 기본이며 흐린 날이면 정도가 심해져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도시와 인접지역 주민의 대부분이 이주민과 공무원 대부분 도시민들로 가축분뇨 악취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악취에 대한 체감도가 더욱 높은 상황이다.
도청의 한 공무원은 "봄철까지 가축분뇨의 악취를 느끼지 못했으나 요즘은 정도가 심해지고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냄새 때문에 짜증이 난다"며 "퇴근 후 집안에서도 냄새가 지속돼 머리가 지끈지끈 할 정도"라고 불만을 토했다.
또한 신도시를 조성하기 앞서 대규모 축사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악취가 심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내포신도시 조성 지역은 과거 대규모 축사가 있었던 지역으로 가축 분뇨 처리시설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악취가 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성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축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를 시작하기 전 정화조 등 관련시설을 철거했다"며 "내포신도시에서 나는 악취는 인근축사에서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취에 대한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홍성군은 소와 돼지의 사육두수가 국내 최대 규모로 이미 들어선 축사를 철거할 수도 없고 마땅한 대안도 없어 당분간 내포신도시는 악취와의 싸움을 해야만 한다.
도 관계자는 "기존에 지어진 축사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외에는 냄새를 줄일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축산업 관련 인·허가와 관련해 좀 더 엄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오염방지시설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