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각국 해군의 기본전략은 거함거포주의였다. 해전은 큰 포를 가진 큰 배들간의 싸움이라는 인식이 뿌리깊었다. 미국 공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미첼 장군은 아무리 중무장을 한 전함이라도 항공기 폭격으로 격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해군 장성들은 코웃음을 쳤다. 미첼 장군은 항공기를 이용해 옛 독일 군함들을 폭격, 격침시키는 극적인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고, 이는 미군이 항공모함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 항공모함이 본격적인 해군의 공격용 무기로 활용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였다. 미국과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던 일본은 10척의 항모를 건조해 진주만의 미 태평양함대에 기습공격을 가했다. 일본은 동남아 해상에서 연합군 함대를 격파하면서 전쟁 초반 주도권을 쥐었다. 미국은 6대의 항모가 있었지만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3척에 불과했고 성능도 일본보다 떨어졌다. 항모의 위력을 절감한 미국은 곧바로 세계 최강의 항모 함대를 조직해 미드웨이 해전에서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 아시아 각 국이 항모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첫 항모 랴오닝(遼寧)호를 취역시키고, 일본이 이달 초 해상자위대 사상 최대 규모의 헬기 항모 이즈모(出雲)호를 진수한 데 이어 인도가 자체 기술로 건조한 첫 항모 비크란트호의 진수식을 갖는다고 한다. 일본의 이즈모는 언제든 전투기를 탑재한 항모로 개량할 수 있고, 중국은 최근 자체 항모를 건조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 중ㆍ일 항모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우리 해군의 항모 보유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해군은 김영삼 정부 시절 극비리에 경항모 건조 계획을 세웠으나 예산 압박으로 중장기 계획으로 미뤘다. 문제는 천문학적 비용.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니미츠급 항모(9만~10만톤급)는 척당 건조 비용이 5조~8조원, 3만~4만톤급의 중형 항모는 2조~3조원, 소형 항모는 1조~2조원의 돈이 든다. 주변국 항모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잠수함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항모 보유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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