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려고 다가왔다가 저희 작품을 보고 '지구인들은 괜찮은데. 지구는 놔둬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예술가 존 깁슨과 아만다 화이트가 최초의 우주 설치 미술 작품을 10월29일 쏘아 올린다. 스코틀랜드의 인공위성 개발업체 클라이드스페이스가 카자흐스탄 인공위성센터에서 발사하는 구두 상자 크기 기상위성 옆면에 전기 충전기 이미지를 새겨 넣는 것이 이들의 작품. 12일 AP통신에 따르면 이 작품은 발사 후 25년간 지구 상공 600㎞ 궤도를 시속 2만7,400㎞의 속도로 돌게 된다.
깁슨과 화이트가 전기 충전기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들은 "외계인이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우주선을 타고 올 것이라고 가정했다"며 "충전을 하러 위성에 접근했다가 우리 작품의 유머에 공감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컴퓨터 버튼, 전자 제품을 연결할 수 있는 USB 충전기 그림 옆에 '반갑다, 곤경에 처한 우주여행자여. 우주 최초의 천상 충전소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적었다.
작품은 소재 선택부터 쉽지 않았다.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때 가해지는 열과 압력에 견딜 수 있는 강도를 지녀야 했기 때문이다. 페인트칠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벗겨지거나, 가스를 내뿜어 위성 카메라 렌즈를 흐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이 작품이 우주에 설치된 후에는 지구 바깥쪽을 향하게 돼 지구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전했다. 클라이드스페이스의 최고경영자 크레이그 클라크는 "작은 위성이 빠른 속도로 도는 것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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