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력 쥐어짜기 스케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력 쥐어짜기 스케치

입력
2013.08.12 12:07
0 0

전국이 ‘용광로’가 된 12일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사투에 가까운 절전 전쟁을 벌였다. 그 덕에 정부가 블랙아웃 위험을 경고한 ‘마의 3일’(12~14일) 가운데 첫 날은 비교적 넉넉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아침 전국 공공기관에 에어컨 가동 전면금지를 긴급 지시했다. 또 계단과 지하 등 불가피한 공간 외엔 실내등도 소등토록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냉방기 전면 가동 금지는 과거 대정전 위기대응 훈련 때에나 했던 사상 초유의 고강도 조치”라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도 이날 오전 회원사들을 상대로 절전 독려에 들어갔다. 전경련 관계자는 “공문만으로는 안될 것 같아 전력 소비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별기업들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절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대형 사업장들은 자체 발전기를 돌렸으며, 전력수요가 많은 낮 2~3시엔 전기를 덜 쓰기 위해 공장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서울 광화문 사옥과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 등에 있는 발전기를 총 가동, 하루 4만㎾의 전기를 만들어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그룹 전체 하루 소비량 130만㎾에 비하면 3%에 불과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것”이라며 “16일까지 모두 20만㎾의 전기를 자체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비상발전차량과 이동식 기지국까지 준비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만에 하나 정전이 되어서 기지국이 멈춰서면 전력대란과는 별개의 통신대란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각 기지국에 예비배터리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이번 주 내내 이동기지국까지 대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력 쥐어짜기’노력과 절전 동참 덕분에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초엔 ▦절전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전력 예비력이 -300만㎾까지 떨어지고 ▦최대한 공급을 늘려도 피크시간대 예비력이 160만㎾ 밖에는 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 이날 예비력은 꾸준히 400만㎾를 웃돌았다. 아침부터 비상체제에 들어갔던 전력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국민적 힘이 대단했다. 산업계와 일반 국민들의 절전참여 덕에 무려 200만㎾ 이상의 전력을 아낄 수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에어컨 없이 ‘찜통’속에서 일해야 했던 공공기관 직원이나 이곳을 찾았던 민원인들은 불만의 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1960~70년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 절전과 인내에만 의존하는 전력대책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