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에 부산ㆍ울산ㆍ경남지역이 신음하고 있다.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가 하면 가축 집단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무더위와의 전쟁'으로 시민들과 근로자들의 생활ㆍ근무 패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의 최저기온은 110년 만에 가장 높은 28도를 기록했다. 부산지역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최고치.
울산과 경남 대부분 지역도 연일 30도를 넘는 무더위에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11일까지 이모(77∙여∙금정구 남산동)씨 등 2명이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열탈진,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시민도 41명(남 26명, 여 15명)에 달했다.
연일 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훌쩍 넘어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울산은 밤에도 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시민들이 밤낮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울산은 4일 낮 최고 35.6도를 시작으로 5일 35.1도, 6일 36.9도, 7일 36.8도, 8일 38.8도, 9일 38.4도, 10일 38.6도, 11일 36.9도, 12일 36.6도 등 9일째 기온이 35도를 웃돌고 있다.
최근엔 해가 진 이후에도 열기가 떨어지지 않아 시민들이 더위에 질려 있다. 10일 오후 9시쯤 울산의 기온은 30.6도, 자정엔 30.1도를 기록했다. 앞서 9일에도 오후 9시쯤 32.4도, 자정엔 30.1도를 기록했다.
무더위는 시민들의 생활패턴마저 바꾸고 있다. 낮 시간 외출은 가능한 자제하고, 출근 시간은 앞당기고 퇴근은 늦추는 경향이다.
이에 따라 도심 교통량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주요 도로의 평균 운행속도가 폭염 전 시속 30㎞에서 40㎞로 빨라졌다.
대형 사업장들도 사투를 벌이기는 마찬가지. 지난 8일 무인 관측장비에서 역대 최고인 섭씨 40도를 기록한 남구 고사동 SK에너지 울산공장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현장근로를 최소화하고, 살수차로 열기를 식히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일부 대형 사업장은 현장 직원들에게 쿨링 재킷을 입히고, 점심시간을 연장하는가 하면 수박, 아이스크림, 미숫가루 등으로 더위를 견뎌내게 하고 있다.
울산시는 기록적인 폭염에다 지난달 7일 이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자 가로수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시는 지난달 22일부터 시 전역 가로수 등 조경수목에 하루 40대의 살수차를 동원해 평균 300톤의 물을 뿌리고 있다.
시민들의 주요 식수원인 대곡댐과 사연댐 저수율은 30%에 그치고 무더위가 더해지면서 녹조도 심각한 상황이다.
잇단 폭염으로 10일 시민 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9일 2명, 8일 4명 등 현재까지 총 54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8일엔 울주군 언양읍의 한 양돈농가에서 돼지 100여마리가 폐사하는 등 가축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경남에서는 이달 들어 통영시를 제외한 17개 시ㆍ군에 연일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등 더위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6월 이후 지금까지 집계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128명으로 지난해 6∼9월 73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또 지난 7일 양산과 8일 합천에서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치료를 받다 숨지는 등 2명이 사망했다. 온열질환자는 50대 32명, 60대 이상 33명으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했다.
가축피해도 속출해 지난 5일 김해의 한 양계장에서 닭 4,000마리가 폐사한 것을 시작으로 함안과 산청, 고성 등 5곳의 양계장에서 닭 2만5,180마리가 집단폐사해 4,400여만원의 피해를 냈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작물 병해충도 증가하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조사결과 벼멸구는 지난해에 비해 15일 가량 빠른 6월말쯤 발생했고 발생량도 예년 평균보다 4배 가량 많아 지난 10일까지 시ㆍ군 공동방제를 벌인 데 이어 13일부터 2차 벼멸구 밀도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농업기술원은 고추역병과 탄저병, 과수의 꽃매미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발생주의보를 발령, 농가의 철저한 예찰과 방제를 당부했다.
가로수들도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창원시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6,500여 그루 가운데 1,000여 그루가 잎이 단풍이 든 것처럼 누렇게 변하는 응애류 피해를 입었다.
창원대로 녹지형 중앙분리대의 느티나무 가로수도 군데군데 말라 죽고 있어 시가 영양제와 살충제를 살포하고 매일 물을 뿌리는 등 가로수 관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편 경남교육청은 폭염에 따른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13~16일 개교하는 중학교 22개교, 고교 84개교에 대해 긴급 휴업명령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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