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인도 남부의 항구도시 코친 앞바다에 축구장 2배 크기의 항공모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262m, 폭 60m, 배수량 4만톤. 2004년 건조를 시작한 이 선박은 인도의 첫 국산 항모 INS 비크란트호다.
인도는 이날 비크란트호 진수를 계기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자체 항모 건조 능력을 갖춘 다섯번째 국가가 됐다. A.K. 앤터니 국방장관은 비크란트호에 탑승해 "이것은 중대한 이정표"라며 항모 진수를 자축했다.
전투기와 헬기 30여대를 탑재할 수 있는 비크란트호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 운항과 무기 장착에 들어가 2018년 정식 취역할 예정이다. 탑재기로는 러시아산 최신 전투기 미그 29K를 검토 중이라고 인도 해군은 밝혔다.
인도는 비크란트호에 그치지 않고 2017년 그보다 더 큰 두 번째 국산 항모 비샬(배수량 6만5,000톤) 건조에 착수할 계획이다. 여기에 올해 말 러시아로부터 인수할 4만5,400톤짜리 비크라마디티야호와 1980년대부터 운용한 비라트호까지 포함하면 2025년까지 4척의 항모 전단을 구축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항모 보유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아시아 국가의 해양 패권 다툼에서 찾고 있다. 태평양에 이어 인도양에서까지 세력 확장을 꾀하는 중국은 지난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항모 랴오닝(遼寧)호를 취역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자원의 수송로이자 중국 해군의 활로인 인도양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달 초 준항모 이즈모호를 진수했다. 군사 전문가 라훌 베디는 AFP통신에 "비크란트호는 인도양에 배치될 것"이라며 "인도는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수식 이전부터 관심을 보이던 중국 언론들은 이날 비크란트호를 집중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북경신보(北京晨報)는 "인도 해군이 날카로운 이빨을 갖게 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최근 일본이 이즈모호를 진수한 데 이어 인도가 항모 건조 클럽에 가입함으로써 아시아의 항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CCTV는 인줘(尹卓) 중국 해군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크란트호는 다른 나라의 부품과 기술을 모아 만든 것"이라며 "취역 시기도 외국의 공급상에 달려 있다"고 낮춰 평가했다. 리다광(李大光) 중국국방대 교수는 "분명한 것은 전 세계 항모가 아시아로 집결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을 중국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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