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적조 피해 예방 대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적조 발생 해역의 양식어류 사전 방류 사업이 '눈 가리고 아웅'식의 생색내기 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적조를 피해 미리 양식어류를 방류할 경우 물고기 크기에 상관없이 어린 물고기(치어)의 피해복구단가를 적용해 어민들에게 자부담분 입식비용만 지원키로 한 데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는 12일 여름철 적조로 인한 양식어류의 집단폐사를 막기 위해 적조가 발생한 해역의 가두리 양식장 어류를 바다에 방류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도는 이에 따라 어민들이 양식어류를 사전 방류할 경우 방류 어종의 입식비 중 어민들의 자부담분을 도비와 시ㆍ군비로 지원키로 하고 희망 양식어민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양식어류를 방류할 경우 적조로 인한 폐사 때와 같이 재난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가 50%를 보상하고 나머지는 융자(30%)와 어민 자부담(30%)으로 충당하는데, 이 가운데 자부담분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방류 대상 어종은 볼락과 참돔 등 60여 개다.
그러나 어민들에 대한 지원 기준과 규모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적조 피해 발생 여부에 대한 확신도 없어 어민들의 참여율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 도는 방류된 물고기의 경우 크기와 무관하게 보상 대상 어종을 일률적으로 몸길이가 8㎝ 안팎인 1년생 치어로 적용해 어민들에게 보상해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치어 입식비용이 1마리 당 160원인 감성돔의 경우 출하를 앞둔 성어(출하가격 5,000~1만원)라고 하더라도 어민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보상금은 32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폐사로 인해 복구비용을 지원받을 경우 성어는 사전 방류에 따른 입식비용 보상가보다 높게 책정돼 있어 어민들 사이에선 "적조가 오면 차라리 폐사시키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도가 확보한 예산도 감성돔 1,000만마리 밖에 방류할 수 없는, 1억6,500만원에 불과해 일각에선 "도가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생색만 내려고 하나 마나 한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적조 발생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큰 데도 불구하고 양식어류 사전 방류사업을 외면하고 있다. 실제 이날 현재 적조 발생 시 물고기를 사전에 방류하겠다고 해당 시ㆍ군에 신청한 양식어업인들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시 화정면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치어를 키워 성어로 팔면 마리 당 1만원 이상 더 받을 수 있는데 누가 최초 입식 가격도 안 되는 보상가를 받고 치어를 방류하겠느냐"며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자는 것이 현재 어민들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아직 사업 시작 초기라 신청자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치어 사전 방류야말로 어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최선의 예방책인 만큼 어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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