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0회 우승. 한국 스포츠 종목 전체를 통틀어서도 보기 드문 진기록이다.
여자 역도의 장미란(30)이 전국체전 10년 연속 3관왕 고지에 올랐지만 특정 대회를 20회나 석권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희귀 사례다.
박용국(48) 감독이 이끄는 NH농협은행 테니스팀이 지난달 말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제39회 대통령기 테니스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이 같은 대기록을 달성했다. 1997년 이전 대회까지 4차례 우승한 NH농협은행은 박 감독이 팀을 맡은 1997년부터 2010년까지 14연패 무패가도를 달렸다. 2011년 강원도청(감독 이정명)에 잠시 정상의 자리를 넘겨준 NH농협은행은 2012~13년 대회 2연패로 20회 우승의 대미를 장식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국내 여자테니스팀의 '먹이사슬' 맨 윗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그 중심에 이예라(26ㆍ사진)가 있다. 강원 양구군 출신인 이예라는 강릉정보고를 졸업한 뒤 한솔제지를 거쳐 2011년 NH농협은행에 입단했다.
이예라는 국내 여자 선수 중 가장 파워가 좋고 코트 커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세계랭킹 178위까지 이름을 올리며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진출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2008년 윔블던과 US오픈, 2009년 호주오픈 예선에도 나섰다. 하지만 발등뼈에 금이 가는 부상으로 2년여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정상 컨디션을 되찾기 시작했다. 5관왕을 차지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이예라는 올 시즌 들어서도 5관왕으로 '폭주'하고 있다.
지난 11일 끝난 춘천오픈테니스 여자 단식 2연패도 이예라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예라의 눈높이는 더 이상 국내코트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는 "문제는 다시 메이저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랭킹 443위인 이예라는 "올 연말까지 200위권 대로 끌어올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 감독은 "수비력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서브파워와 공격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내달 예정인 국내 유일의 WTA투어 KDB코리아오픈이 1차 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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